[금주의 핫피플] 관료주의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中 과학계 여신 옌닝

2017-05-11 12:00

중국 '과학계의 여신'으로 불리는 옌닝(顔寧) 칭화대 교수. [사진=바이두]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중국 최고의 명문 칭화대 최연소 정교수이자 세계적인 생명과학자 옌닝(顔寧·40) 교수가 10여년간의 중국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혀 중국 과학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옌 교수는 올가을부터 모교인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을 예정이다. 

옌 교수는 뛰어난 연구 실적과 더불어 아름다운 외모로  중국 '과학계의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지난 2007년 30세의 젊은 나이로 칭화대 최연소 박사 지도 교수에 부임했다. 37세에는 과학계가 지난 50년 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하며 '과학 여제'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암과 당뇨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물리 구조를 규명하는 성과도 냈다. 

옌 교수의 미국행을 두고 중국 과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 과학계에 대한 누적됐던 불만으로 미국행을 결심한 건지 아니면 단순한 두뇌 유출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행에 대해 옌 교수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안주하게 돼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과거 그가 블로그를 통해 밝혔던 불만들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옌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중국 정부가 프로젝트 연구비 지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중국 과학 연구 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가 자연과학 기금위원회에 '포도당이 단백질을 옮기는 구조와 원리' 프로젝트의 연구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기금위원회는 별다른 답변도 없이 두번이나 신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과학계의 관료주의가 성공 가능성이 적은 연구에 연구비 지급을 지연시킨다"며 "성공 가능성이 낮아도 기초 연구는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옌 교수가 중국 당국의 거듭된 연구비 지급 거부 등으로 관료주의에 지칠 때쯤 받은 프린스턴 대학의 영입 제의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파격적인 연봉과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해외에서 공부한 인재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해외유학파를 이른바 '하이구이(海歸)'라고 부른다. 해마다 해외 유학을 마친 박사급 인재 3만9000명을 포함한 41만명가량의 중국인 유학생이 조국으로 돌아가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옌 교수처럼 중국 과학계의 관료주의와 열악한 연구 자금 환경 등을 이유로 다시 해외로 나가는 '역(逆) 하이구이'들이 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사회 싱크탱크 중 하나인 중국세계화센터(CCG)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으로 귀환한 과학자 가운데 70%가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학계에서는 옌 교수의 미국행은 개인이 아닌 공공의 문제라며 근본적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중국 과학계의 관료주의가 그를 질식시켰으며, 이 같은 환경에서는 제2, 제3의 위엔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지 유력 매체 왕이(網易)신문은 이런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행정평가나 여론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공신력 있는 학술 공동 평가제도를 만들고, 학자에 대한 인식과 주변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