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화장중] 초등 4~6년 여아 45% '화장경험'…"낮은 자극 제품 써야"

2017-04-30 06:25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 김 모(11) 양의 부모는 최근 화장을 하고 싶어하는 딸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딸이 화장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5살 때부터지만 최근 TV에서 10대 연예인들이 화장하고 나오자 그 관심이 더욱 커졌다.

김 양의 부모는 화장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저자극 어린이용 네일케어 제품을 사줬다. 그러나 어른용 화장품에는 손대지 못하게 철저히 막고 있다. 동시에 "화장한 모습보다 자연스러운 어린이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끊임없이 딸아이를 설득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생 백모(10)양의 부모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화장하고 TV에 나오는 10대 연예인들과 같은 학교 5~6학년 중 화장을 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더니 화장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같이 마트에 가도 입구에 있는 화장품 판매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니 입술에 바르는 틴트를 사고 싶다고 했다. 백 양의 부모는 "아직은 넌 어려서 화장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리며 방학 때 손톱에 매니큐어 정도만 바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화장하는 어린이들이 크게 늘면서 김양, 백양의 경우처럼 부모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포털 사이트 카페에는 화장하고 싶어하는 초·중등학생 딸들에 대한 고민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한 카페 회원은 "중 3 딸이 친구 화장품을 빌려서 화장을 했다가 피부가 뒤집혔다"는 글을 남겼으며 다른 회원은 "이제 6학년 되는 딸이 엄마 몰래 틴트를 샀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무조건 못하게 막는 것보다 차라리 좋은 성분 화장품으로 골라주라는 조언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학원 선생님이라는 한 카페 회원은 "외모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비비크림이나 틴트를 바르는데, '지금이 예쁠 때고 나중에 피부 안 좋아지면 후회한다'고 얘기해도 믿지 않는다"며 "한참 (화장에) 관심 가질 때 자꾸 안 된다고 하면 몰래 하게 돼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도 "초등학교 6학년부터 화장품이 아이들 대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화장하고 싶어 하면 집에서 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초등학교 4~6학년 여자 어린이 123명 중 55명(45%)이 '화장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한 경험이 있는 여학생 55명이 소지한 화장품을 모아봤더니 총 143개로 한 명당 평균 2~3개의 화장품을 가지고 있었다. 틴트(63개), 색조용 립밤(44개)은 물론이고 아이라인(4개), 마스카라(3개)를 가지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화장하는 어린이들이 늘면서 부모들로서는 아동용 화장품의 안전성 문제도 걱정거리다.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화장이 널리 퍼진 상황이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강재헌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화장을 하는 것은 이물질을 바르는 것이고, 화장품에 색소나 보존제 등 여러 첨가물이 있어 알레르기나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피부가 민감하고 약한 아이들에게 더 크게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어린이들은 화장하면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아이가 화장하고 있다"며 "식약처도 이런 현실을 반영해 차라리 안전망을 만들어서 어린이 화장을 관리하에 두자는 취지로 규제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12개로 나뉜 화장품 유형에 최근 '어린이용 제품류'를 새로 추가했다. 화장품 제조사들은 앞으로 이들 어린이 화장품을 만들 때 알레르기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물질이 들어있을 경우 의무적으로 기재·표시해야 한다.

dylee@yna.co.kr

(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