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알파고와 선거
2017-04-28 13:33
올해 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쟁점은 5월 9일 장미대선이지만, 지난 해 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코 알파고였다.
인간의 기술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을 날이 언젠가 올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그 날이 도래했다는 사실에 전세계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고 흥분했었다.
알파고의 계산력이 얼만큼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바둑판에서의 경우의 수가 10의 170승 정도가 된다고 하니 알파고의 능력이 대강 이러하지 않을까 짐작해볼 뿐이다.
이렇게 현실세계가 공상과학영화처럼 재생되는 세상에 살면서, 이런 경탄할 과학기술을 현실에 접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또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슬금슬금 고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도 생각이 이르게 되니, 이 알파고를 이용해 직접민주주의에 도전해본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슬며시 솟는다.
알파고의 기술력이라면 우리 국민 모두가 저마다 고견을 펼쳐도 능히 취합하고 분류해서 다수의 뜻이 무엇인지 계산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런 기술이 가능하다면 시도해보자고 할 듯도 싶다.
그렇다면 실현가능성에 대한 여부를 그저 어림만 할 뿐인 이런 알파고의 기술력은 차치하고, 이 기계가 처리하게 될 내용은 어떠할지 생각해보자. 아마도 많은 선량한 시민들은 공평하고 공명정대한 세상을 꿈꾸며,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바람직한 세상을 위한 소신을 피력할 것이며 이렇게 모아진 민의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오로지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여 일신의 영달과 이익을 위하는 사견을 거침없이 내미는 자들도 상당수가 될 것이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 마음은 내 마음 같지 않은 법이니 말이다. 이렇게 불온한 자들이 더욱 많다면 어찌 할 것인가? 불합리하고 부당하지만 다수의 견해를 따라서 나라를 이끌어가야만 할까?
혹은 중구난방으로 뜻이 모아지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심지어 전혀 논의거리가 안 되는 주장만 늘어놓는 경우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알파고가 적절한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해두어야 할까?
그렇다면 그 취사선택의 척도는 누가 정해야 할까? 기준을 만들 자들을 따로 선출하거나 그것조차도 전국민의 의견을 취합하여야 할까? 그런 식으로 과연 우리 모두가 원하는 유토피아가 탄생할까?
결국, 이 모든 것은 인간에 의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의민주주의가 최선의 대안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모두가 모두를 견제하는 것보다는 대의 민주주의를 통하여 전문적이고 그나마 신뢰가 가는 집단을 다같이 감시하면서, 그들이 우리를 대신하게 하는 것이 보다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물론 대표로 나선 자들의 공약이나 능력이 나의 뜻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뽑을 놈 하나 없다고, 우리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선거를 하는 목적이 나의 뜻, 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인가 자문해보자.
우리는 우리를 위해, 또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내 뜻과는 다소 맞지 않아도 지금 세상이 바라는 인재가 누구인지 신중하고 면밀히 검토하고 궁리해서 가장 나은 사람에게 투표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독립 선언문을 기초하고 제3대 대통령인 T.제퍼슨은 “국민이 통제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도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잡초 하나씩 솎아내고 떨어진 쓰레기 하나씩만 주워도 모두가 다니는 길가가 깨끗해지는데, 하물며 세상이야 다를 바 있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