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칼럼] 민간의료보험의 '공포 마케팅'

2017-04-27 03:00
이홍균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장

 

민간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충보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민간의료보험은 거꾸로 자신들이 주보험이고 국민건강보험이 자신들의 보충보험인 것처럼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의 민간의료보험 광고들은 국민건강보험에만 가입해 있다가 질병이 발생하면 매우 많은 의료비 부담이 발생하는 것처럼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 의도는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이젠 광고를 넘어서 주요 일간지 기사까지 국민으로 하여금 국민건강보험을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언론이 정확하지 않은 자료에 근거해 '실버파산'을 언급하며 민간의료보험이나 간병보험 가입을 권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일로 매우 통탄할 만한 일이다.

최근 관련 기사의 주된 내용은 '우리나라 국민이 만 65세 이후 필요한 총의료비는 1인당 평균 8100만원으로 파악됐다', '노후의료비로 8100만원이나 들 것으로 추정되지만, 우리 국민이 민간보험으로 해결할 액수는 1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국민 4명 중 1명은 노후의료비에 대비해 민영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의료비 급증에 건강보험 재정 악화', '평소 적절한 운동과 꾸준한 검진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한편, 자신에게 맞는 민영건강보험이나 간병보험을 가입하는 게 좋다' 등이다.

이들 기사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인용했지만 그 위원회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서는 65세 이상 노후의료비를 8100만원을 마치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약 6488만원을 부담하고 있고, 본인이 부담해 하는 본인부담금은 약 1612만원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총진료비 8100만원은 민간의료보험과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민간의료보험의 주된 보장 영역은 비급여 본인부담이지만, 총진료비 8100만원은 건강보험급여와 법정 본인부담금만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서는 비급여 진료비가 포함되지 않은 자료에 근거해 총진료비를 파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에서는 현재 노인진료비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건강보험 비급여를 제외한 2014년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급여율은 80.1%, 법정 본인부담률은 19.9%로 노인보장률은 일반 국민보장률보다 훨씬 높다.

그 이유는 '노인의료비에 대한 부족한 대책'이라는 모 일간지의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매우 다양한 대책들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간병비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현재 7만∼8만원에서 1만원 정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또한 연명의료 대신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올 8월부터 시행된다. 65세 이상 노인의 틀니·임플란트 급여를 계속 확대해 2016년 7월부터 개당 140만∼180만원에서 53만∼65만원으로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도입 이후 수급자수의 꾸준한 증가와 만족도 상승,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 경감이 일어나고 있다. 4대 중증 보장성 강화로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성질환 보장성 확대와 본인부담률 경감으로 주로 노인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다.

그리고 법정본인부담금이 일정한 한도를 넘을 경우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한다든지, 가계의 의료비 부담이 높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의 제도화가 확대돼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실버 파산'이라는 용어는 국민건강보험의 계속되고 있는 진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사실과 다른 의료비 폭탄이라는 공포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 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은 현재 6.12%로 독일이나 프랑스의 5분의 2에 불과한 낮은 수준이지만 노인의료비 부담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국민건강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성은 민간의료보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