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칼럼] 재조산하(再造山河)는 점진적으로
2017-05-22 00:00
군주민수라는 정신을 깊이 새기고 활용해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여일이 지났다. 대통령의 인사가 파격적이고 신선하다는 의견이 많다. 조국 민정수석에 조현옥 인사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인사가 백미다.
문 대통령의 행보도 활기차다. 자신의 핵심 공약인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위한 일자리위원회 창설을 실행했다. 그 밖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미세먼지 대책,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의 감찰 등을 집행하였다.
문 대통령의 협치와 소통 행보도 눈에 띈다. 19일에는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상견례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대선 공약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여일간의 문 대통령의 행적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여야정협의체를 가동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공약했던 적폐청산(積弊淸算)과 재조산하(再造山河)와 관련이 깊다.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뜻한다. 따라서 ‘적폐청산론’은 그간의 정권에서 보였던 여러 폐단들, 특히 정치검찰이라든가 국정원의 정치 개입 등 국가 권력의 사유화 부분을 일소하자는 주장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국민의 뜻대로, 문재인 정부는 재조산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성공하기를 응원하면서, 국정운영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예상되는 난관을 슬기롭게 해결하도록 조언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면한 여소야대 국면에 따라 자칫 약화될 수도 있는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국정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 첫째, 국민의 과열된 기대치를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 자칫 과도한 기대는 큰 실망감과 분노로 돌아올 수 있기에 새 정부가 처한 여러 난관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국민적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즉 대통령은 바꾸었으나 아직 국회는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재조산하는 점진적이고도 단계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음을 진지하게 토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조산하를 달성하기 위한 절차와 수단으로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정신을 깊이 새기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군주민수는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역삼각형 위에 서 있는 정치가와 관료들은 항상 위태롭기 마련이다. 민심의 바다 위에서 역삼각형으로 떠 있는 배 위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민심파악과 국민적 동의라는 절차적 정당성부터 꼼꼼히 챙기고 지켜야 한다.
셋째, 재조산하는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대립적 시각보다는 균형적 시각에서 보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9일 지상파 방송 3사가 밝힌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적폐청산(45.6%)보다 국민통합(51.4%)이 다소 앞서고 있다. 따라서 적폐의 적(積)이 적(敵)이 아니기에 적폐청산을 하면서도 국민통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주요 현안은 매우 많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출구조사에 나타난 민심의 경중대로 하는 것이 지혜롭다.
차기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는 경제활성화·일자리창출(53.2%)이 개헌·정치개혁(13.0%)과 분배복지(9.4%) 그리고 북핵·남북관계 개선(10.5%)과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의 외교(10.4%)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