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옥죌 수 있는 '北 아킬레스건' 어떤 게 있나

2017-04-27 15:07
원유 공급·광물 수입·노동력 유입·관광 중단 땐 '효과'

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북한의 전유물인 벼랑 끝 전술에 대해 중국이 옥죌 수 있는 북한의 아킬레스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 강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바이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22일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바라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정밀) 타격’에 대해 외교적 수단으로 억제하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단서를 달아 대북 원유공급 감축까지 시사했다.

환구시보의 이런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정치적 제재를 강화하되 군사조치는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의 대북정책 접근법을 승인한 바 있다. 대북정책 접근법에는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기업까지 제재 부과) 등을 채택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와 관련,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압박 조치에 협조 의사를 밝힌 중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어떻게 조여가고 있는지, 또 어떤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최근 중국 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환구시보는 지난 12일 “북한이 마지노선을 또 넘으면 중국 사회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을 포함한 유엔 추가 제재에 찬성표를 던지길 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원유만큼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원유가 북한에겐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할 경우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중국이 실제 대북 원유중단 카드를 쓸 수 있을까. 국내 전문가들의 원유 공급 중단 카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측과 ‘말 폭탄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측으로 의견이 나뉜다.

전자는 중국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할 경우 원유공급 중단 카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중국에게도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이 방관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곁들여진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03년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여를 꺼리자 수일간 대북 송유관을 잠근 적이 있다.

후자는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 언급이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를 의식한 ‘쇼’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막으려고 마음먹었다면 진작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논리다.

기술적 측면에서 중국이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견해도 있다. 송유관을 오랫동안 잠글 경우 원유가 굳어져 관 자체를 더 이상 사용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중국이 제재 차원에서 원유공급량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잠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 북한산 석탄 등 광물 중국 반입 금지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4월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와 2321호를 통해 북한산 금과 티타늄, 바나듐, 희토류, 구리, 니켈, 아연, 은, 조각상 등 9개 품목의 수입을 일체 금지했다. 중국도 이에 따라 지난 2월 19일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석탄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최대 품목이자 전체 수출의 40%나 차지한다.

지난 19~20일 ‘석탄 적재’의심 북한 선박 4척이 중국 북동부 허베이성 탕산(唐山)항에 입항한 것과 관련, 북한산 석탄 수입 재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 북한 인력 중국 유입 금지

지난해 12월 100여명에 달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노동자들이 중국 랴오닝성 식품가공 공장에 1년 계약으로 파견됐다. 이들은 모두 자강도 강계와 만포 지역에서 선발된 사람들이었다. 자강도 주민을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 노동자로 송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자강도는 군수산업 시설이 밀집해 있어 수도 평양보다 더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이다. 군수시설에 대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지역의 사람들을 해외 노동자로 파견할 정도로 북한이 통치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 인력의 노동자 반입을 금지하면 대북 제재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북한 단체 관광 중단

중국은 한국에 이어 최근 북한에게도 중국인들의 단체 관광 중단이라는 유례없는 초강경 조치를 꺼내들었다. 중국은 북한에 6차 핵실험을 포함해 추가 도발을 자제하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이달 중순부터 단체 관광을 중단시켰다. 한국에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진행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지난달 15일부터 단체 관광을 중단시킨 바 있다.

중국인들의 단체 관광이 모두 중지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이 북한에 ‘레드카드’를 들면서 졸지에 한반도가 중국인들에겐 '금지구역'이 됐다.

중국인들의 한 해 북한 관광 인원은 수십만명 수준이다. 북한으로 볼 때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 사라진 것이다. 중국의 이번 북한 단체 관광 중단 조치는 가뜩이나 벼랑 끝에 몰린 북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혈맹관계였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 지형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은근슬쩍 ‘출구’를 열어주곤 했던 중국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