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이랜드, 기업 정체성 찾아 삼만 리
2017-04-27 18:18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이랜드그룹의 창립은 소위 '신화(神話)'로 불린다. 1980년 문을 연 2평 남짓한 옷가게가 36년 만에 7조원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이에 토를 달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후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다(多) 브랜드' 전략으로 패션·주얼리 등 분야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 1993년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1994년부터는 유통업과 식품사업에도 진출했다. 이어 호텔과 리조트 사업은 물론 2000년대에는 뉴코아, 한국까르푸, 동아백화점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이랜드를 일컫는 말은 너무 많다. 패션·유통·레저·외식·문화·건설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이는 모두 인수·합병(M&A)을 통한 성과였다. 다만 그와 동시에 이랜드는 그만한 부채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남는 기업군은 소수로 좁혀졌다. 호텔·레저 사업과 유통기업 등이다.
이랜드는 특히 유통기업으로서 애착을 보였다. 우선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이 그랬다. 지난해 이랜드는 기업 여건상 특허 입찰에 불참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는 탓이다. 이랜드 유통 부문에 자사 브랜드가 입점한 경우가 많아 자체 성장동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부채 비율을 줄이려는 노력은 장기적으로 자사와 경제 전반에 모두 건전한 움직임이다. 이랜드는 부채 비율 감소를 목표로 분주히 가지를 쳐내고 있다. 당장은 잔가지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건전성이라는 자양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황폐한 땅에서는 아무리 좋은 품종의 나무라 한들 자랄 수 없다.
“이랜드리테일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유통 이외 부문 사업을 떼어내고 온전히 유통사업만 가지고 상장해야 한다"는 자사의 다짐처럼, 대내외적인 이슈를 극복하고 온전한 이랜드 신화를 이어가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