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스탠딩 토론] 산으로 간 토론회…宋문건 놓고도 ‘거짓말’ vs ‘색깔론’ 공방 반복
2017-04-23 22:44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원내 5당의 대선 후보들은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후보자 토론회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논란의 핵심인 이른바 ‘송민순 문건’을 놓고 충돌했다. 이번 토론회는 5·9 장미 대선 후보자 TV토론회 중 처음으로 선관위가 주관한 토론회였다.
그러나 토론회 도중 주제와 관계없는 ‘갑철수’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발언을 비롯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특혜 의혹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인 서울대 특혜 논란 등이 튀어나오면서 네거티브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토론회는 첫 주제발표 때부터 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성폭력 공모 의혹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후보의 사퇴를 촉구, 돌출 변수 속에서 진행됐다.
토론회 최대 쟁점은 ‘송민순 회고록’를 둘러싼 진실공방이었다. 포문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열었다.
그는 문 후보를 향해 “작년에는 ‘기억 안 난다’, 올해 2월에는 ‘국정원(국가정보원)’을 통해 확인했다’, 지난 12일 토론에선 ‘국정원 통해 북에 물어본 게 사실이 아니다’ 등이라고 말했다”며 “만약 거짓말하고 계신다면 후보 자격이 없다고 본다. 거짓말로 들통날까 봐 계속 지금 말 바꾸기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과정에서 유 후보는 “자, 문 후보님”이라며 말을 끊고 재차 질문하려 하자, 문 후보는 “끊지 마세요. 확인해보시고 그래도 의문 있으면 다음 토론에 질문하시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가 합리적인 개혁적인 보수라고 느껴왔는데 이 대선 길목에서는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펴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힐난했다.
문 후보는 곧바로 보수정권 9년을 언급하며 “박근혜 정권 사람들의 아주 특징이 끊임없이 남 탓하는 것”이라며 “지금 북핵 문제도 이렇게 위기 상황을 만들어놓고 끊임없이 그 앞의 10년 이전의 과거 정부 탓을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문 후보의 색깔론 비판에 대해 “문 후보가 벌써 공개적으로 네 번이나 (말을) 바꿨다”라며 “만약 문 후보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후보 사퇴할 용의 있는지 묻고 싶고 당장 국회 정보위 운영위 열어서 청와대 국정원 자료를 5당이 같이 보자고 말할 용의 있느냐”라고 파상공세를 폈다.
심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관련해 “그 당시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기권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 국민들은 새누리당에서 10년간 너무 적대적으로 대치관계에 있어 상상이 안 가겠지만 그때는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6자회담도 이뤄질 때”라고 문 후보를 두둔했다.
다만 심 후보는 “문 후보도 책임이 있다. 단호하고 당당하게, 자신 있게 입장을 밝혔으면 이렇게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통치권을 위임받은 주체다. 비서실장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홍 후보는 문 후보의 보수정권 책임론에 대해 “북핵 문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정권 시절에 70억 달러를 북한에 줬기 때문에 그 돈이 핵이 돼서 돌아온 것”이라고 문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安, 文에 “내가 ‘갑철수’냐”…네거티브 문건 공개
안 후보는 “여기에 있는 후보 5명 중에서 심 후보와 저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분은 역대 정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북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는 데 책임이 있는 분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안 후보는 “주제를 바꾸겠다.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며 문 후보에게 물었다. 문 후보가 “무슨 말인가”라고 되묻자, 안 후보는 민주당의 네거티브 의혹 문건을 꺼내 들었다.
안 후보는 “이것이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이다. 조직적으로 국민 세금을 갖고 네거티브 비방한 증거가 다 있다”며 “제 아내(의혹)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에게 묻겠다. 카이스트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이직한 것이 특혜냐, 아니면 권력 실세 아버지를 둔 아들이 5급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 특혜냐”라고 물었다.
이어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회 교문위와 환노위를 열어서 모두 다 투명하게 검증받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이 자리에서 내일 두 위원회 상임위 열자고 약속하겠느냐”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과거를 이야기한다. 주제에 대해서도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확답을 피했다. 또한 유 후보를 향해서도 “ 토론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송민순 회고록 사건은 지난 대선에 있던 제2 NLL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재차 “내일 상임위를 열어서 함께 (문 후보) 아들 문제 확인해보자”라며 “지금 약속해 달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문 후보는 “제가 이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이미 해명이 끝났고 안 후보는 열심히 해명하라”고 애써 무시했다.
심 후보는 “문 후보에게 지적한 내용에 대해서는 답이 정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며 “계속 해명하는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까 많은 후보가 진실 공방으로 자꾸만 안내하게 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문 후보는 “고도의 외교관계를 자서전에 기술한 자체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고, 당시 문서를 제출하는 것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며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답했다.
◆文 vs 安, 토론회 도중 감정싸움…5년 전 단일화까지 언급
여론조사 1위와 2위를 달리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토론회 도중 5년 전 야권 단일화 상황까지 언급하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안 후보는 두 번째 토론 주제에서도 “제가 MB의 아바타인가”라고 물었다. 문 후보가 “항간에 그런 말이 있다"”고 하자,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생각을 묻는다”고 반격했다.
문 후보는 “방금 그런 이야기를 제 입에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떠도는 이야기를 갖고 질문하니까 제가 달리 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때 후보를 양보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MB정권이 연장되면 안 된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제가 MB 아바타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아니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하라. 사모님에 관한 의혹도 상임위 열어서 해명하고 싶으면 하시라”라며 “문재인을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하라. 저를 반대하려고 정치하나”고 맞받아쳤다.
이어 “2012년 때도 그랬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독대한 적이 있다. ‘지금 민주당에서 저를 MB 아바타라고 소문을 내는데 그걸 막아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며 “그게 5년 후에도…”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2012년도에 MB 아바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라며 “안 후보가 이번 선거를 할 때 배후에 MB 측 지원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게 2012년도 쟁점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 발언 차례가 온 홍 후보는 “둘이 토론하는 것을 보니까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알 길이 없다. 참…”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