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썸녀'가 풍등 날리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2017-04-21 06:32

대구 소원풍등 날리기…참가자 절반이 20대, 80%가 타지 관광객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은 수천개 풍등이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썸남썸녀'들을 설레게 한다.

조각배에 탄 라푼젤과 유진이 사랑을 확인하며 띄운 풍등이 수많은 풍등 사이로 날아오르는 환상적인 영상은 관람객이 잊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다.

풍등은 예로부터 민속놀이로 전래하고 군사용으로도 이용했다고 한다.

등 안에 고체연료를 매달아 불을 붙이면 열기구와 같은 원리로 떠올라 바람을 타고 하늘을 떠다닌다.

폴란드 포즈난에서 하지를 기념해 풍등을 날리는 노츠쿠파위 축제는 영화모티브가 될 만큼 유명하다.

대구시와 대구불교총연합회가 해마다 여는 소원풍등 날리기는 불과 몇 년 사이 초절정 인기를 구가하는 축제로 떠올랐다.

대구 풍등축제는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하려고 여는 '형형색색 달구벌관등놀이' 부대행사다.

풍등 150개 정도를 날리는 소규모이던 것이 2014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행사를 계기로 규모가 10배 가까이 커졌다.

지난해 두류야구장에서 날린 풍등 2천200개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장면이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풍등을 날리는 그린존 2만원, 관람석인 핑크존 1만원 등 행사 관리를 위해 입장료를 받는데도 참여 열기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한 그린존 티켓 991장, 핑크존 티켓 2천239장은 '클릭전쟁' 속에 순식간에 동났다.

인터넷 카페에서 행사 하루 전인 21일 현재도 티켓이 2∼4배 가격에 거래되지만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

예매자 분석 결과 그린존·핑크존 10명 가운데 8명은 대구시민이 아니다. 서울·경기에서 오는 예매자가 30%를 넘는다.

티켓 1장으로 그린존 4명, 핑크존 2명이 참가하고 행사 당일 6천장을 무료 배부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국에서 1만명 이상 풍등을 날리려고 대구 관광에 나선다.

이런 인기는 디즈니 영화가 준 감동, 실제 참여한 사람이 전한 입소문, SNS 영상 등이 섞여 기대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특히 20대 예매자가 많아 친구, 연인과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바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행사를 주관하는 씨투엔터테인먼트 손태진 본부장은 "그린존 예매자 가운데 20대가 절반을 차지하는데 입대 전 추억 남기기, 연인과 '인생샷' 촬영 등 다양한 사연이 있다"며 "인증샷을 찍고 SNS에 공유하는 것이 젊은층 관광 패턴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yi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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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