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화재 시 화재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된 자동방화셔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더라도 주변에 가연물이 있으면 방화셔터를 통한 복사열로 화재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지난 12일 방재시험연구원에서 화재 시 방화셔터를 통한 복사열 전달에 의한 화재확산 가능성 평가를 위한 실물모형(Mock-up)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방화셔터로부터 0.5 m 이격거리 이내에서는 소재차이에 관계없이 의류가 착화되거나 용융돼 화재확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험은 철재 방화셔터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고시 제2016-193호(2016.4.8.)에서 정하는 KS 표준(KS F 2268-1)의 내화 시험방법에 따라 20여분 동안 실시됐다.

방화셔터로부터 이격거리 0.5 m에 복사열측정기를 설치해 복사열을 측정하고 의류를 배치, 착화여부 등을 육안으로 관찰했다.

실험결과 가열 18분 경과 시 방화셔터로부터 0.5 m 이격된 거리에서의 복사열은 14.8 ㎾/㎡ 정도였으며, 종이박스 및 의류는 녹거나 착화됐다.

의류 소재별로는 면 혼방이나 면은 복사열에 의해 바로 착화된 반면, 폴리에스터는 녹아서 흘러내린 후 착화됐다.

관련 기준에 따르면 복사열이 2.5 ㎾/㎡일 경우 인체가 견딜 수 있는 시간은 30초이며, 10~20 ㎾/㎡일 경우 일반 가연물이 착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다량의 가연물이 배치된 대형쇼핑몰의 경우 공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대부분 방화셔터로 방화구획하고 있는데 방화셔터를 통과한 복사열로 인한 화재는 대비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면적이 3000㎡가 넘는 국내 대규모 점포 상당수(948개소)가 화재확산위험에 노출된 만큼 방화셔터의 차열성능 도입 등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쇼핑몰도 방화셔터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 설치를 금지하는 등 법규정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가연물의 인접 배치가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차열성능이 있는 방화셔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기준 개선을 위해 관련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