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숨은 1인치] ③‘숫자 놀음이냐, 정책의 구체화냐’…숫자 정치학에 담긴 불편한 진실
2017-04-13 17:01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5·9 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은 시대를 꿰뚫는 창이다. 회귀투표 성격이 강한 총선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선마다 체제를 뒤흔드는 시대정신이 존재했다. 해방 직후 ‘건국화’를 시작으로 1970∼80년대 ‘산업화’, 1990년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갈 길은 멀다. 퇴행적 정치도, 1%가 99%를 독점하는 경제 권력도 여전하다.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다. 구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할 새 시대 장자를 맞는 선거라는 얘기다. 이에 본지는 5·9 대선의 숨은 부분을 찾아 ‘공유·분권·자치·통일’ 등 포스트 신(新) 질서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대선판에서 공약 경쟁은 ‘숫자 놀음의 전쟁터’다. 각 후보들이 프레임 전쟁과 이슈 파이팅의 백미인 ‘숫자 놀음’ 유혹에 빠진 결과다. 또한 5년 단임제의 한계 탓에 짧은 기간 성과를 내려는 ‘단기 업적주의’도 한몫한다.
이명박(MB) 정부의 7·4·7(7% 경제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7대 경제강국)과 박근혜 정부의 ‘474’(4% 잠재성장률·70% 고용률·4만 달러 국민소득)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文측, 공공부문 OECD 대비 1/3··· 인건비는?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숫자 놀음에 불을 지핀 공약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이다. 소요재원(5년간 약 21조원) 마련책은 기존 일자리 예산 17조원과 매년 15조원씩 늘어나는 정부예산의 일부 전용이다. 이른바 ‘한국판 뉴딜’이다.
문 후보 측은 OECD 대비 우리의 총 고용 대비 공공부문 비중이 3분의1에 그친다는 점을 이 공약 당위성의 근거로 썼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보고서(2013)에 따르면 우리의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다. OECD 평균은 21.3%다. 같은 연도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의 복지예산 비중은 11.6%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논리적 적합성의 문제는 없다. 하지만 한 지표가 빠졌다. ‘공공부문 인건비’다. 실업률을 분석할 때 고용률도 함께 보듯, 인력 비중과 인건비는 ‘불가분’의 관계다.
2015년 기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사회보장기금 포함) 지출 가운데, 고용 보수 지출은 21.31%이다. OECD 평균은 23.57%다. 공공부문의 인력은 3분의1 수준인데, 지출 보수는 엇비슷한 셈이다. 이는 우리의 교육·복지의 경우, ‘서비스는 민간-인건비는 정부’가 맡는 이원화 구조와 무관치 않다.
◆“文 일자리, 하드웨어적··· 4차 산업혁명과 배치”
문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새로운 일자리가 아닌, 기존의 민간영역 교육·복지 서비스를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란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재정이 문제라면, 공무원 보수를 조정하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선 함구한다. 해준다는 공약은 있는데, 고통을 나누자는 얘기는 없다. 81만개의 신규 공공부문 증대에 따른 필연적인 연금 대책도 전무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국가예산으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숫자 놀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 후보는 핵심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통해 정부 재정지출 증가 규모를 7%(현 3.5% 수준)로 확대해 경제 성장을 꾀하겠다고 했다. 재원 조달 방안은 ‘세수 자연 증가분 50조원 조달’ 등이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라는 비판은 물론, 당장 기획재정부의 국가채무 40% 이하 관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일자리 공약인 청년고용보장제도(2021년까지 5년간, 소요예산 총 9조원) 역시 문제점이 적지 않다. 정부가 중소기업 청년에게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5년 뒤 플랜은 없다.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반쪽 정책’인 셈이다. 김 교수는 “시장의 인위적 개입 등 하드웨어가 아닌 4차 산업혁명 등 소프트웨어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