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숨은 1인치] ⑪부동층 30%…‘밴드왜건이냐, 언더독이냐’

2017-05-04 16:12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오후 서울 종로1,2,3,4가동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종로구청 밖 주차장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5·9 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은 시대를 꿰뚫는 창이다. 회귀투표 성격이 강한 총선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선마다 체제를 뒤흔드는 시대정신이 존재했다. 해방 직후 ‘건국화’를 시작으로 1970∼80년대 ‘산업화’, 1990년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갈 길은 멀다. 퇴행적 정치도, 1%가 99%를 독점하는 경제 권력도 여전하다.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다. 구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할 새 시대 장자를 맞는 선거라는 얘기다. 이에 본지는 5·9 대선의 숨은 부분을 찾아 ‘공유·분권·자치·통일’ 등 포스트 신(新) 질서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부동층이 5·9 장미 대선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부동층은 선거 때 지지 대상이 불확실한 계층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탄핵 이후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대선보다 넓은 범위의 부동층 형성이다. 이른바 ‘광의의 부동층’인 셈이다.

광의의 부동층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중도·무당파를 일컫는 ‘스윙보터(swing voter)'부터 ‘샤이 보수’(여론조사에서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보수층), 은폐형 유권자 등이 있다.

역대 총·대선의 ‘스윙보터’와 ‘은폐형 유권자’ 비율은 각각 10% 안팎이었다. 여기에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전통적 보수층까지 포진해 있다. 각 캠프 등에서 30%가량의 부동층이 막판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부동층을 이루는 세 개의 계층 특징을 보면 판이 보인다.

◆부동층 중 투표 포기층 제외하면 15∼20%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총유권자 수(잠정)는 4244만5604명이다. 세대별로는 40대가 873만명(20.56%)으로 가장 많고 △50대 847만명(19.95%) △30대 747만명(17.6%) △20대는 676만명(15.94%) △60대 547만명(12.89%) △70대 이상 488만명(11.50%) △19세 66만명(1.56%) 순이다.

18대 대선 투표율(75.8%)을 적용하면, 총투표자 수는 3217만명 안팎이다. 탄핵 이후 전 세대와 계층에 걸쳐 투표 의향층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 80% 투표율을 가정하면, 3395만명가량이다. 최대 1000만명 안팎의 부동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들 1000만명의 표심 모두가 ‘부유(浮游)층’은 아니다. 이들은 다시 △투표 직전 차악을 결정한 뒤 투표하는 ‘행동하는 부동층’ △당선 가능성이 높거나 낮은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집단적 투표 집단 △지지 후보가 없어 투표를 포기하는 계층 등으로 나뉜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집단의 비율을 15∼20% 사이로 본다. 일각에선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후보 변경 의향층’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는 ‘내가 지지했던 후보보다 괜찮은 후보가 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에서 답한 내용”이라며 “없다면 애초 지지했던 후보 그대로 간다. 후보를 바꿀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층이 5·9 장미 대선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부동층은 선거 때 지지 대상이 불확실한 계층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탄핵 이후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대선보다 넓은 범위의 부동층 형성이다. 이른바 ‘광의의 부동층’인 셈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 아파트 앞 선거벽보.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될 사람 밀어주자” vs “그래도 약자에게”

행동하는 부동층과 집단적 투표 집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밴드왜건(bandwagon)'과 ‘언더독(underdog)' 현상이다. 전자는 대세를 따르는 편승효과다. 이른바 될 사람을 밀어주는 ‘전략적 투표’다. 후자는 승자독식 사회에 약자에게 연민을 느껴 표를 주는 투표 심리다. 대중 심리 저변에 깔린 약자에 대한 관대함, 일종의 동정표인 셈이다.

부동층 중 실제 투표층으로 갈 가능성이 큰 15∼20%는 선두권을 유지해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나 양자 구도에서 이탈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다크호스로 떠오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유권자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열풍을 일으킨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나 유일한 진보정당 주자인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소신 투표를 할 수도 있다.

관전 포인트는 이들 안에 은폐형 유권자로 남아 있는 ‘샤이 보수’의 표심 이동이다. 이들은 사실상 ‘안철수냐, 홍준표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들의 전략적 표심 이동에 따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여론이었던 ‘1강(문재인)-2중(홍준표·안철수)-2약(유승민·심상정)’ 구도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조사에서 얼마만큼 배제됐는지 과학적 데이터로 추산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동층의 변수 위력’을 한층 배가하는 요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도 변수다. 이는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선거 당시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흑인 후보 토머스 브래들리가 패한 데서 유래했다.

자신의 인종적 편견을 숨기려는 백인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때 흑인 후보를 지지한 뒤 실제 투표장에서는 백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탄핵 이후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도 적폐 대상 지지의 비판을 피하고자 표심을 숨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부동층이 대거 ‘투표 포기’를 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두권과 중위권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최대 두 배가량 나기 때문이다. 배 본부장은 “1∼2위 지지율이 5%포인트 내외의 박빙 승부일 때 부동층 표심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결과대로) 오차범위 밖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포기형 유권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오후 서울 종로1,2,3,4가동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종로구청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