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중 무역협상 결과로 본 우리의 득실(得失)

2017-04-11 16:52



 

[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세기의 담판’이라고 할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G2 스트롱맨의 회담이 의외로 싱겁게 긑났다. 알맹이는 하나도 없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식의 성과 없는 회담이었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상대를 크게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양국이 실리를 최대한 챙기는‘Give and Take'의 모양새를 연출했다. 구태여 득실 면에서 따지자면 미국쪽으로 부등호의 방향이 찍히겠지만 중국으로서도 그리 섭섭한 협상 결과는 아니다. 정상 간의 충돌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회담 전에 이미 실무 레벨의 협상의 거의 완료하였을 것이라는 정황이 여러모로 포착되고 있다. 예상했던대로 양국 간의 핵심 의제는 역시 무역불균형 해소이었다.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었듯이 중국도 미국의 환심을 싸기 위해 미국측이 만족할만한 보따리를 사전 준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환율조작국’지정과 같은 최악의 국면을 회피하기 위해서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외형상으로는 ‘Win-Win'의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태생적 성향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전형적인 사업가적 기질를 발휘했다. 취임 이전부터 중국에 대해 끊임없이 거친 언행과 더불어 상대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벼랑끝 전술을 펼침으로써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거듭해 왔다. 일종의 치킨게임으로 궁극에는 상대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도록 하는 트럼프식 협상 기술의 단면으로 평가된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오는 11월 전인대에서 확정되는 시진핑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몰고가는 것보다는 중국의 체면을 최대한 살리면서 안정적인 시프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유연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적절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협상과 시진핑 주석의 실사구시적 접근이 효율적으로 결합되어 적절한 산출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터프한 트럼프 정권과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점에서 당분간 미국의 일방적인 압박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풀어 놓은 ‘미·중 무역불균형 해소 100일 계획’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미국 상품이 중국에 더 많이 팔 수 있는 길을 중국이 터준다면 미국으로서도 충분히 반길만한 일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의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Made in China' 상품이 없으면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매우 깊숙이 파고들어가 있다. 중국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기면 결국 미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미국 내 여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으로서도 성장의 패러다임를 내수 쪽으로 틀고 있기 때문에 다소간의 무역흑자 감소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의중이 깔려 있기도 하다. 우선적으로 미국산 항공기, 콩을 비롯하여 자동차, 에너지, 소고기 등 공산품과 농축산품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미국이 중국이 부과하고 있는 완성차 수입관세 25%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조만간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향적 조치도 따를 것으로 보여진다.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식 협상 카드 상당 부분 노출

다음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협상 결과가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하튼 중국과 일본이 미국에 대해 선물 보따리를 제공함으로써 ‘환율조작국’지정이라는 폭격을 비껴갔다. 이런 점에서 이들보다 무역흑자 규모가 적은 한국을 미국이 이 코너로 몰고갈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들여다 볼 것은 미국산 내구 혹은 반내구 소비재와 농산물의 중국 시장 수출 확대가 우리에게 미치는 유·불리이다. 자동차, 가전 등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심한 타격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농산물의 경우도 미국과 우리의 주력 상품이 달라 마찬가지로 피해가 미미할 것이다. 긍정적인 것은 G2 양국이 무역 축소보다는 확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려했던 우리의 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중국이 수입상품 관세를 인하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미국산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향후 100일간 양국이 무역확대를 위해 어떤 내용들을 추가적으로 담을 것인지는 우리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아직도 미국 혹은 EU로부터 ‘시장경제 지위국’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어떤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중국의 추가 양보는 우리 수출에도 호의적일 수 있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일본과 중국은 미국과의 일차 협상에서 큰 파고는 넘었고, 일정 시간의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1차 타깃이 된 멕시코는 계산이 더 복잡해졌다. 딱히 미국에게 줄 보따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타협의 여지가 턱없이 부족한 멕시코가 미국과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으로 끌어안을 부담이 커 보인다. 한편 독일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어색하게 종료되었다.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독일이 미국에게 자세를 낮추면서까지 양보를 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독일이 통합 EU의 리더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하려고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브렉시트 등과 맞물리고 러시아 문제까지 겹치면서 향후 미국과 EU가 보다 복잡한 틀 속에서 협력과 경쟁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국 정상들과의 일련의 회담에서 전략의 면면들이 상당 부분 노출되었다. 상대의 약점을 간파하고 강한 압박 카드를 통해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고자 함이 미국의 전략적 이니셔티브인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다음 차례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선 정국임으로 인해 그 시기는 5월 말 혹은 6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문제에 있어서는 일방적으로 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상황에 적절하게 양보의 수준을 조율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미국의 수순으로 볼 때 바로 전면적인 보복카드를 쓰는 것이 아니고 상대 시장에 대한 미국 상품의 수출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엿보인다. 수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하면서 시간을 충분히 벌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반대급부 차원에서 미국의 인프라 확충 등과 관련하여 미국에 팔 수 있는 상품에 대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의 완화와 무차별적인 반덤핑 관세에 대한 자제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북핵·미사일 문제,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과의 통상 협상,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회복 등 차기 정부가 해야할 우선순위의 일들이 산적해 있다. ‘하나의 중국’, ‘남중국해’, ‘북핵개발 억제’ 등 예리한 정치 현안들을 무역·투자 보따리의 교환을 통해 예봉을 피해간 G2의 협상 결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