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미중정상회담과 트럼프의 새판짜기는 우리에겐 기회(하)

2017-04-11 09:31

[사진=신화통신]



◆오바마와 트럼프에 대한 중국의 평가: ‘강적’에 대한 긴장감의 차이

‘전략적 인내’를 강조한 오바마 시대에서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강경파 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중국의 반응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을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트럼프 정부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게 되었을까? 시진핑 주석의 외교 브레인 중의 한명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현실주의학파의 대가이자 칭화대학(清华大学) 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인 옌쉐통(阎学通) 교수의 오바마와 트럼프에 대한 각기 다른 평가는 매우 흥미롭다.

오바마가 중국에 대해 강경정책을 펼치지 못했던 것은 반대파의 반대를 우려했기 때문인데, 트럼프는 다르다. 그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먼저 자신의카드 던지는 스타일이다. 먼저 대못을 박고나서 말하는 스타일이다.

트럼프에 대해 취해야 할 중국정부의 태도에 대한 옌교수의 제언도 흥미롭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이 우호적이든 강경책이든 중국은 즉시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트럼프의 정책 일관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트럼프의 정책은 지나지 않아 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대한 미국의 부흥’이라는 트럼프의 슬로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민감하다. 이는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초월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로 중국은 받아들이고 있다. 시진핑이 제창한 ‘중국의 꿈’과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의 부흥’은 병존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과도 같고, 이것이 중미관계의 현실이라는 것이 중국의 중론이다.

◆새로운 변화에 새로운 기회를 준비해야

오바마 시대에 있어서 미중관계의 대부분은 남지나해 문제, 동지나해 문제, 양안 문제, 심지어 사드 문제로 우리가 바라는 핵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 틈을 통해 시간을 벌게 된 북한은 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시간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동북아 정세는 트럼프와 시진핑, 아베와 김정은, 그리고 푸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스트롱맨(strong man)’ 시대를 맞이했다. 특히 ‘불확실성’의 대명사가 된 강경파 트럼프의 등장으로 주변국 모두가 긴장 모드에 진입했다.

오바마와 같이 변함없이 중국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는 점에서 ‘힐러리’보다는 상업적 기질로 미중간의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는 ‘트럼프’를 선호했던 중국은 오히려 ‘강적’을 만난 셈이다. 제대로 ‘강적’을 만난 것이 틀림없다는 중국의 긴장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봉황위성의 TV 토론에서, “중국이 비로소 ‘신흥대국관계’를 ‘딜(deal)’ 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났다”라며 중국에 축하를 건넸던 필자의 생각은 아직 유효할까?

미국의 역대 대통령중에서 트럼프만큼 ‘북핵문제’에 대해 북한과 중국에 동시에 강력한 압력을 가하는 ‘승부사’는 없었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독자행동을 서슴없이 언급하는 트럼프는 분명 ‘빅딜(big deal)’의 대가임이 분명하다. 13억 중국이 트럼프의 언행 하나 하나에 긴장하고 있고, 김정은의 초조감도 충분히 상상이 된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핵문제’가 아태지역 미중관계에 있어서 핵심중의 핵심 주제가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이다.

◆한반도 딜레마에 대한 우리의 트럼프식 빅딜 제안

세 가지 한반도 딜레마에 대해 한국이 추진할 수 있는 빅딜 방향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사드 딜레마’에 대해서는 한미중 ‘3자회담’을 통한 빅딜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와의 한미 전략대화를 서두르고, 동시에 한중 안보대화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사드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3자회담’에 중국이 참여하도록 트럼프의 주도적 역할을 제안해야 한다.

둘째, ‘북핵 딜레마’에 대해서는 한미중북의 ‘4자회담’을 트럼프에게 제안하고, 트럼프를 통해 중국의 참여를 유도하고,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압력을 통해 북한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트럼프 카드는 시작되었다.

셋째, 북한 민생문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북한 딜레마’에 대해서는 중국이 제안했던 ‘6자회담’을 통해서 동북아 지역의 종합안보 문제를 협의하도록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 세가지의 제안은 다음의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트럼프식’ 협상과 빅딜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둘째, 주연 역할에 익숙하고 퍼포먼스의 전문가인 트럼프 미 대통령의 리더쉽과 역할이다. 셋째, 중국에게도 중국이 중시하는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즉 중국이 건국이래 외부에 처음 제시했던 안보분야의 글로벌 ‘공공재(public good)’인 ‘6자회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종합안보 평화기제 수립에는 ‘6자회담 정신’ 즉 ‘대화와 협상을 통한 공동의 평화추구 원칙’ 강조가 필요하다.

남북문제는 결국 미중 양대 강대국을 최대한 활용하되, 우리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역할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분명 새로운 기회가 있다. 그리고 반드시 한반도 딜레마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 해법과 방법에 있어서 트럼프식 ‘빅딜(big deal)’ 준비와 동시에 중국이 참여할 체면을 세워주는 것만으로도 한국이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