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어젠다]<정치개혁>​“대선 전 개헌 어렵다” 공감 속 각론은 ‘5人5色’

2017-04-09 18:00

[사진.표=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5년 단임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87년 체제'를 끝내고 권력 분산형 개헌을 하자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현재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 내용으로는 의회 다수당이 행정부 구성권을 가지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는 대선주자들에게 개헌의지를 밝혀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를 위해 개헌특위는 다음 달 12일 원내 4당 각 당 대선주자들을 초청해 ‘개헌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대통령 취임 후 개헌 추진에 대한 대선주자의 확실한 약속을 받겠다는 것이다.

5당 대선후보들은 정치 분야의 최대 이슈인 헌법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추진방식과 방향을 놓고는 '5인5색'의 처방전을 내놨다.

대선후보 5명 모두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개헌 방향을 놓고는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로 된 권력구조를 4년 중임 대통령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개헌을 위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데 대해선 부정적이다. 개헌 시기를 놓고는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회가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만큼 의원내각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명확하며, 이원집정부제와 권력 축소형 대통령제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론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기는 대선 전 개헌이 불가능한 만큼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합리적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권력구조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개헌 범위를 권력구조에만 한정하지 말고 국회도 상·하 양원제로 개편해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한국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4년 중임제가 맞다고 보고 있으며,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시 안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내년 지방선거가 적합하다는 쪽이다.

범위는 단순히 권력구조에 제한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삼권분립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전면 개헌을 제시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5·9일 조기대선 이전에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선 이후 국민적 논의를 거쳐 국민의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의 가치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개헌안이 마련돼야 하며, 권력구조는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개헌 논의 요구가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시민들의 적폐 청산에 대한 요구를 권력구조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과 대선과 총선 시기 불일치에 따른 폐단, 통일 시대에 걸맞지 않은 영토 조항, 보편적 인권 확대, 경제민주주의 등 87년 헌법 체제에 대한 문제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의 개헌 요구는 개헌을 고리로 ‘친문 대 반문’식 구도로 정치구도를 재편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보수후보들 사이에서 개헌을 고리로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개헌은 대선에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는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졸속으로 제안하고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주장으로는 대한민국을 바꿀 적임자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87년 헌법체제의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온 만큼 개헌논의는 권력구조 개편 외에도 선거제도, 기본권 조항, 지방분권 등 다양한 관점에서 국민적 합의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다만 권력 구조에 대한 개편에서 개헌보다 개혁안이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