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업계 1호’ 김윤경 BGF리테일 상무의 ‘편의점 찬가’

2017-04-07 04:07
업계 1위 BGF리테일 김윤경 마케팅실장 인터뷰
“편의점은 고객의 라이프 충전소...모든 편의서비스 가능해질 것”

바야흐로 편의점 전성시대에 드디어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지난 1월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 배지를 과감히 떼어내고 BGF리테일로 출근한 김윤경 마케팅실장(상무)이 그 주인공이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전국 점포수 3만개 돌파, 시장규모 20조원 기록.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편의점 얘기다.

바야흐로 편의점 전성시대에 드디어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지난 1월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 배지를 과감히 떼어내고 BGF리테일로 출근한 김윤경 마케팅실장(상무)이 그 주인공이다. 6일 본지 취재결과, 그는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위드미 5개사 중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김 실장에게 떨어진 첫 미션은 ‘편의점 밤샘근무’였다.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밤을 꼬박 새우고 나니 머리가 오히려 또렷해졌다. 편의점 마케팅을 위한 해법 찾기는 역시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그저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보이면 가던 시대였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있는 ‘나만의 편의점 브랜드’를 골라서 찾아가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현장근무를 통해 지역별로 고객들의 니즈(needs)가 큰 상품은 무엇인지, 어떤 시간에 무슨 상품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체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학부에선 컴퓨터공학을, 대학원에서는 현재 유통업계에서도 화두인 인공지능(AI)을 연구한 공학도였다. 첫 직장은 엔지니어로서 출발한 통신사였다. SK텔레콤에서 데이터웨어하우징, CRM, 데이터마이닝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며 이를 경영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마케팅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기업과 고객이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환경이 조성되면서, 그는 존슨앤드존슨에서 북아시아 전체를 아우른 디지털 마케팅과 혁신을 이끌며 한발 더 나아갔다. 굴지의 유통기업 롯데마트에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결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옴니채널’ 마케팅에 열정을 쏟았다.

김 상무는 “채널이 다변화되고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소통) 능력”이라며 “기존의 편의점이 편리함과 가성비 등 고객에게 기능적 요소로 만족감을 주었다면 이제는 공감, 소통, 인정과 같은 ‘감성적 요소’로 고객과 연결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계 유일 여성 임원으로서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 수 있도록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편의점 업종 자체가 ‘레드오션’이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말했다.

김 실장은 “편의점은 앞으로도 더욱 고객의 삶에 밀착해 고객의 니즈에 맞춰 수많은 변신과 변화를 꾀할 것”이라며 “당장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상품, 정보, 서비스, 교류 등)을 얻어가는 ‘라이프 충전소’의 역할에서부터 더 나아가 지역 곳곳의 핵심 거점으로서 고객의 지루한 삶을 환기(Refresh)시켜 줄 산소를 제공하는 허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편의점 공화국인 일본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 편의점 시장은 성장 동력이 많다”면서 “편의점 업계 1위인 BGF리테일 또한 대형유통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집중력이 있고 젊은 조직이라 저 또한 함께 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거듭 내비쳤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대형마트를 떠나 작은 유통채널인 편의점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 가장 궁금하다.

“고등학생, 중학생 자녀 두 명을 둔 워킹 맘이다. 아이들이 용돈을 받으면 어디서 친구들을 만나고, 어디서 어떤 상품을 구입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모든 일상이 편의점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미래 고객인 10대들이 이미 편의점에서 그들의 일상을 모두 해결한다는 것은 앞으로 유통시장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큰 시그널(신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편의점은 다른 유통과 비교할 수 없는 접근성을 갖고 있고, 고객의 니즈와 시장 트렌드에 부합한 새로운 상품 제안을 통해서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를 통해서 앞으로 더욱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미리 준비해서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할 수 있으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김윤경 BGF리테일 마케팅실장이 지난달 29일 아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제 편의점은 ‘안 파는 거 빼곤 다 파는’ 곳이 됐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성장세인 편의점의 사업 다각화, 어떻게 전망하나.

“편의점은 앞으로 고객의 일상에서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중요한 지역 거점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몰이 성장하고 있지만 배송시간의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다.

고객은 언제든지 주변의 가까운 CU 편의점을 방문해 새로운 상품을 경험하고 있다. 관공서, 은행, 우체국 등 여러 곳에서 가능했던 생활서비스들을 편의점 한 곳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마칠 수 있는 주요한 공간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상 서비스들을 고객이 한 번 방문하는 것만으로 모두 해결되는 ‘궁극의 편리함’이 편의점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컴퓨터공학·인공지능(AI)을 전공한 공학도로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편의점 시장이 어떻게 변화될 것이라고 보나.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AI를 활용한 심야시간대 고객 응대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이미 일본에선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안내원과 고객이 대화를 하면서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호텔 체크인을 하는 서비스 등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고객이 점포에 오기 전 스마트폰에서 ‘챗봇’ 기능을 이용, 24시간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 안내도 가능하다.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경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해외 인기상품들을 탐색해 신상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할 뿐 아니라 시장의 안착률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들은 도입 초기엔 비용도 비싸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지만, 고객을 이해하고 원하는 상품을 빨리 발굴하는 유통업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려면 편의점에서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기술이다.”

◆업계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임원이 됐다. 이른바 ‘유리 천장’도 경험했을 텐데, 현재 유통업계의 여성 후배들에게 제언을 부탁드린다.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어느 기업이든 남성 상사가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여성 특유의 유연함과 섬세함이 오히려 낯설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해 남성들끼리의 편안함과 익숙함이 배어 있는 문화 속에서 계속해서 남성 리더가 배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 앞으로 여성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여성 리더들이 많아지면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들 스스로 ‘유리 천장’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틀에 갇히는 셈이다. 이런 제약에 신경 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갖고 있는 강점을 활용해 나의 전문영역을 강화할 수 있는지, 사람을 성장시키고 육성하는 리더로서 덕목을 쌓을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빨리 성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김윤경 BGF리테일 마케팅실장(상무) 프로필

△1970년생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학 △포항공과대학교대학원(포스텍) 컴퓨터공학 석사 △미시건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MBA △SK텔레콤 △한국존슨앤드존슨 북아시아 총괄 디지털마케팅팀장(이사) △롯데쇼핑 롯데마트 마케팅부문장(상무) △現 BGF리테일 마케팅실장(상무)

김윤경 BGF리테일 마케팅실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