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 공약 유감

2017-04-06 08:47
무관심 그대로 드러나

[이한선 기자]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이 부실해 보여 유감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교육 공약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황당하다'고까지 했다.

대입 수시 축소 공약과 국가교육위원회를 자문기구로 두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으로 부실하다고 꼽힌 공약이다.

물론 수시를 통해 상위권에 입학하는 교육특구의 학생 비중이 최근 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는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늘리는 것이 능사냐는 데는 의문이 제기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능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데도 문 후보는 수시 축소를 하겠다고 한다.

수시 축소는 수능 비중 확대로 연결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방안, 고교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 방안 등을 확정짓게 된다.

학습부담 경감을 위해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자격고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의 수시 축소 공약대로라면 수능 영향력 확대는 이 같은 제안과도 방향이 맞지 않는다.

현재 교육계의 문제의식, 흐름과는 엇나간 공약을 내놓은 셈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 문제도 고민을 덜한 것처럼 보인다.

교육부가 장관의 독자적인 권한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등 국회 등의 견제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폐해를 보고도 국가교육위원회를 자문위 성격으로만 두도록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혼 없는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 교육부의 관료가 공약 마련에 참여한 것처럼, 기존의 틀 내에서 작은 변화만을 내세운 성의 없는 공약이 돼버렸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시스템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공약의 실천이 어렵더라도 내용을 통해 개선 의지는 드러내야 하지 않는가.

학제개편 등에 대한 내용은 아예 없다.

누구에게 교육 부문의 공약 마련을 맡겼는지 모르겠지만 공약을 통해 ‘나는 교육부문에는 별로 관심이 없소’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민단체가 ‘황당하다’고까지 평가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일 것이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이렇게 성의 없는 교육 공약을 내놓다니 관심이 없기는 한 모양이다.

문 후보가 3D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라고 읽은 해프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세론에 취해 부실한 교육 공약이 나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문 후보는 다시 교육 공약을 가다듬기 바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교육부 해체 등을 강조해온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 공약이 차라리 신선해 보인다.

학제개편 관련 안도 포함돼 있고, 교육부는 해체하는 한편 정권에서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책 실무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가계 주머니에서 다달이 수십만원씩 지출되는 사교육비만 줄어들더라도 가처분소득이 늘어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다.

후보들은 사교육비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 대선까지 한 달여가 남았다.

후보들이 우리나라 교육 분야의 변화를 가져올 공약 마련에 좀 더 신경 쓰기를 요구한다.

기존의 학벌주의, 주입식 교육, 점수 시장주의를 넘어 창의성과 꿈·끼, 잠재력을 끌어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