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대선시리즈2] [권력기관 개혁]<1> 검찰 개혁
2017-04-02 18:00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파면을 이끌어낸 국민들은 촛불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한ㆍ일 위안부 합의 폐기,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재벌ㆍ검찰ㆍ언론 개혁, 노동개악 반대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의제를 쏟아냈다.
국민들은 정권 퇴진을 넘어,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려는 수구세력과 정경유착, 불평등, 재벌과 검찰로 대표되는 특권세력이 쌓아온 적폐를 청산하고 한국 사회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은 구체제 청산의 출발이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재벌개혁, 국정농단을 방임하고 은폐한 검찰, 정치 개입을 일삼았던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각 정당 대선주자들과 정치권도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백가쟁명 식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검찰은 박근혜 정부의 고비마다 권력을 지키는 충실한 역할을 다해왔다. 2014년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제대로 수사했다면, 최순실씨의 실체는 훨씬 더 빨리 드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의혹의 근거가 된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에만 열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수사, 전경련 지원을 받고 관제시위를 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수사, 서별관 회의를 통한 대우조선해양 42조원대 자금 지원 특혜 의혹 수사, 고 백남기 농민 물대포 직사 의혹 수사 등 청와대와 정부를 겨냥한 수사는 무디기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선 전 ‘검사의 법무부와 외부 기관 파견 제한’을 공약했다. 실제로 검찰청법 제44조 2를 보면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검찰에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서 일한 뒤 다시 검찰이 신규 임용되는 편법은 여전했다. 참여연대 분석 결과,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검찰 18명이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했으며 그중 15명이 신규 임용 형식으로 검찰에 복귀했다.
검사가 청와대에서 일하며 힘을 얻은 뒤 친정으로 돌아가 청와대의 뒷배가 되어주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연대 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검찰 의존도가 심했다. 검찰 개혁은커녕 검찰의 과잉권력을 보장하면서 검찰 출신 인사들을 국무총리 등 요직에 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으로 반대·비판 세력을 억누르면서 대통령의 권력을 철벽 방어하고 권위주의 통치 체제의 확립에 일조하였다”고 평가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검찰을 개혁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분리, 검찰권 남용 방지를 위한 감시 및 견제 기구 신설 등을 꼽고 있다.
먼저 검찰 외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은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제기돼온 방안이다. 참여연대는 보고서에서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에 믿고 맡길 수 없는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적절히 담당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각 지방검찰청장을 주민들이 뽑는 검사장 직선제도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청와대와 대통령을 쳐다보고 의중을 고려하는 이유는 검찰조직의 인사권을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적으로 청와대에 검찰이 종속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검사장 직선제 도입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각 정당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에서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에는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현행법상 경찰은 수사를 진행할 때 검사의 지휘를 받으며,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과 검찰권 남용도 큰 문제다.
검사 출신인 임수빈 변호사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검찰권 남용은 일반 형사·공안·특수 사건 등 종류에 상관없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권 남용의 실태를 수사·처분·공판 단계로 나눠 지적했다.
수사 단계에서는 표적수사, 타건(他件) 압박수사, 심야조사, 피의사실 공표 등 행태로 검찰권 남용이 나타난다. 처분 단계에서는 잘못된 공소 제기, 부당한 불기소처분이 있다. 공판 단계에서는 증거 누락, 무조건적 상소 제기다.
임 변호사는 “검찰의 독선적 사고방식이나 문화를 깨기 위해서는 검사를 상대로 수사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조직 문화 내지 단결 혹은 이기주의 같은 걸 깨기 어렵다. 검사도 잘못하면 수사의 대상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이미 검찰시민위원회 제도가 있다. 2010년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 야기된 검찰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대검찰청은 검찰시민위원회 제도를 검찰 개혁 방안으로 내놓았다. 지역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중요 사건에 대해 기소·불기소 처분의 당부를 심의하는 제도다.
하지만 검찰시민위원회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심의한 사건 가운데 검사의 의견과 다른 결론을 내린 경우는 3.7%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검찰이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고 임기응변으로 만든 제도에 불과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대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시민을 임의·무작위로 뽑아 구성한다. 반면 한국은 검찰이 직접 시민위원을 선정한다. 또 검사의 요청이 있어야만 심의가 이뤄진다. 심의 결과의 법적 구속력도 없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의 권한을 시민에게 나눠주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