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 심사 어떻게 받았나

2017-03-30 16:56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헌정 사상 최초로 영장심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긴 하루를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30분 예정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했다. 지난 21일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지 9일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9분께 평소처럼 올림머리 스타일에 파란 양장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신발은 검찰 조사 때와 동일하게 낮은 굽의 검정 구두를 신었다.

삼성동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밤샘 집회에 더해 이른 시각부터 지지자 300여 명이 모여 '탄핵 무효·영장 기각' 구호를 외쳤고, 일부 흥분한 이들은 탈진해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 15개 중대 1000여 명을 배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서 펜스가 설치됐고, 도로 진입을 철저히 차단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경호실이 제공하는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 차량을 타고, 법원으로 곧장 향했다. 집을 떠난 후 10분이 지난 오전 10시10분께 서울중앙지법의 건물 뒤편 주차장 출입구로 들어왔다.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대국민메시지는 없었다. 포토라인 역시 무심코 지나쳤다.

빠른 걸음으로 심사가 열릴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 출입구와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차에 내려서 법원 출입구에 도착하기까지 약 55걸음을 뗐다.

검색대를 통과한 박 전 대통령은 경호원에게 "어디…"라고 물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물은 이 말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법원 청사에 도착해 남긴 유일한 말이었다.

경호원이 손짓으로 왼편을 가리키자 박 전 대통령은 심문 법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랐다.

영장심사는 강부영 영장전담판사가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했다. 휴정 전까지 약 2시간36분 동안 검찰과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와 마주보는 피의자석에 앉았다.

영장심사에선 통상 심문 대상이 피의자로 호칭된다.

영장심사는 검찰측에서 먼저 범죄사실 요지와 구속 필요성을 등을 주장하고 이어 변호인단이 반박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가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자 결백을 호소하며 적극적으로 심문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쟁점인 뇌물 등의 범죄사실을 반박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감정의 동요도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시 6분쯤 휴정 때까지 영장실질심사는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변호인단은 상황을 전했다. 오후 2시7분 영장심사를 재개하기 전에 박 전 대통령은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이 시간에 321호 법정 옆 대기실에서 변호인들과 같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오후 4시 20분부터 35분까지 15분간 다시 휴정을 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서울중앙지검 한웅재 형사8부장과 이원석 특수1부장, 수사 검사 4명 등 모두 6명을 투입시켰다. 맞은 편 자리에서는 유영하·채명성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사실 요지와 구속 필요성을 알리는 검찰 측과 이를 반박하는 변호인단의 공방은 계속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전체 13개 혐의의 입증 정도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298억원대 뇌물을 받은 죄질을 집중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측은 유죄 판결시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 혐의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의 파면으로 이미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을 구속 수감까지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며 국격이나 국가적 위신을 고려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호소하는 등 심리전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