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風(문재인 바람) 중원 상륙, 경선 2연승…본선직행 열차 가속

2017-03-29 18:55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대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대세론 불변’의 법칙이 통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9일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7일 호남 순회 경선에 이은 2연승이다. 과반에는 못 미쳤지만, '문풍(문재인 바람)'이 중원에도 상륙한 셈이다.

문 후보가 ‘충청권 대망론’의 안희정 예비후보 안방인 충청권 경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본선 직행열차 티켓을 거머쥐게 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대세론의 실체를 재확인한 문 후보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대세에 편승하는 효과)'까지 장착, 예선 때부터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방 사수에 실패한 안 후보는 애초 구상이었던 ‘충청 1위-수도권 반전’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민주당의 순회 경선은 31일 영남권과 내달 3일 수도권·강원·제주 지역만 남았다.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득표율 15%를 확보한 이재명 예비후보는 자신의 텃밭인 경기 지역이 포함된 마지막 경선에서 대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文 ‘전국적 대세’ 통했다···굳히기 마침표

‘문풍’이 충청권 한가운데를 관통한 것은 ‘대세론의 구심점’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호남 순회 경선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무너뜨린 문 후보는 비토론을 고리로 한 원심력까지 무력화시켰다. 조직력과 함께 당내 경선의 핵심 변수인 ‘대중성’을 장착한 문 후보가 대세론에 날개를 단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야권의 텃밭인 호남의 승리는 곧 ‘전국적 대세론’과 직결했다. 광주·전라에서 불기 시작한 문풍이 중부권의 한 축인 충청권에 상륙한 것이다. 이는 곧 ‘수도권 바람몰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남은 순회 경선 지역이 문 후보의 안방(부산·경남)인 영남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이변이 없는 한 ‘문재인 대세론’의 거침없는 행보는 마지막 경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계의 ‘조직력’도 대세론에 한몫했다. 애초 캠프 내부에서도 충남은 안 후보의 비교우위를 예상하면서도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포진한 충북과 세종, 대전 등에서는 문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문재인 대세론’이 호남의 심장부를 찌른 직후 이완될 수 있는 조직력이 강한 결속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 승리 직후 충청권 경선이 본선 직행 열차의 승부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역대 대선의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힌 충청권에서 승리, 본선 가도에서도 중부권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충청권 승리 직후 “압도적 지지를 받아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29일 대전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순회 경선. 문재인 예비후보가 안희정 예비후보의 텃밭에서 승리, 본선 직행 가능성을 높였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내상 입은 安, 호남 패배 이후 한계론

텃밭 수성에 실패한 안 후보의 정치적 내상은 클 전망이다. 1차 목표였던 문 후보의 호남 과반 저지 실패에 이어 충청권마저 내주면서 사실상 반전 기회를 상실했다. 경선 직전 캠프 내부에서는 “한 표라도 더 받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개표 뚜껑을 연 결과는 달랐다.

호남에서 전략적 선택을 외면 받은 안 후보는 이날 자신의 텃밭에서 김대중( DJ)·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며 “새로운 민주주의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 경선은 예선전일 뿐이다. 안희정이 본선에 오르는 순간 (대선) 게임은 끝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당 대주주인 친문계 조직력의 벽을 넘지 못한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의 패배 원인에 대해 “캠프가 조직 선거에 대비를 잘못한 결과”라며 “민주당 경선인 오픈프라이머리는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국민경선제이지만, 기본적으로 조직력이 승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 본인의 잠재력이 부족, 200만명이 넘는 선거인단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대망론을 정착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14만1140명의 대규모 선거인단 참여에도, 호남 경선의 투표율은 최대 예상치인 70%에 미치지 못했다. 문 후보의 조직력을 넘기 위한 ‘안풍(안희정 바람)'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던 셈이다.

촛불정국과 탄핵정국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재명 예비후보는 3위를 차지했다. 다만 캠프 내부에서 정한 수도권 반전 모멘텀의 방어선인 ‘득표율 15%’는 확보했다. 이에 따라 130만 명 안팎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에서 대이변을 만든다는 구상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최성 예비후보는 4위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