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4세 장선익 이사, 커지는 존재감

2017-03-28 13:50

장선익 동국제강 비전팀 이사. [사진= 동국제강 제공]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사진)의 '정중동(靜中動)'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 4세다. 조용한 가운데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후계자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장 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브라질 CSP 제철소에서 나온 슬래브(쇳물로 만든 철강 반제품)를 처음으로 국내로 들여온 데 대해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감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로 제철소 설립은 가문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를 이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일본 경쟁사 등과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의 말에는 신중함과 책임감이 묻어났다. 그가 평소 갖고 있던 생각에 더해 향후 경영방향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장 이사는 그룹 비전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비전팀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의 옛 미래전략실과 같은 기능이다.

앞서 동국제강은 지난 22일 브라질 CSP제철소의 슬래브 5만8751t을 당진공장에 들여왔다. 2005년 글로벌 장기 프로젝트에 착수한 이후 꼬박 12년이 걸렸다.

브라질 CSP제철소는 브라질 쎄아라주 빼셍 산업단지에 건설된 연산 300만t급 제철소다. 건립에는 총 55억 달러가 투자됐다. 동국제강(지분 30%)이 기획하고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50%)와 포스코(20%)가 합작했다.

이로써 동국제강은 1954년 설립 이후 63년 만에 첫 자체 고로 생산 슬래브를 확보하며 오랜 숙원을 풀었다.

장 이사는 'CSP제철소 슬래브 입고식'에 참석해 산업은행, 포스코 등 주요 투자자 및 거래처 인사들과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이사는 학창시절 인기를 끈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며, 브라질 CSP제철소의 효율적인 운영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게임은 여러 곳에 세운 멀티 기지를 바탕으로 자원을 확보, 이용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한다.

그는 "지금은 글로벌 철강 과잉공급 시대"라고 전제한 뒤 "브라질 CSP 제철소를 통한 제품경쟁력 확보와 서플라이 체인 운영전략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작은 공장도 통상 5년 정도 돼야 영업이익을 낸다"며 "브라질 CSP 제철소에 수조원이 투자된 만큼 이를 회수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 제철소에서 생산된 슬래브 60만t가량을 국내로 조달해 2015년 기준 15%인 후판 고급강 판매 비중을 올해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한 동국제강은 4.5mm 두께까지 후판을 얇게 만드는 최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