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호 기자 =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한다고 공시했던 삼성전자가 최근 주주총회에서 입장을 뒤집자 증권업계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하이투자증권은 27일 보고서를 통해 "지주사 전환은 사전 공시 등을 통해 검토 기간까지 명시된 상황이었다"며 "합당한 근거 없이 정기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실행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주주들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공시 이후 삼성의 대내외적 상황이 바뀌었다는데 당시와 달라진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5월 9일 대통령 선거 등"이라며 "천재지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불과 5∼6개월 만에 이런 상황을 예측 못 한 것은 관리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 때문에 지주사 전환이 어렵다고 한다면 이는 지주사 전환이 이 부회장을 위한 시도라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총수의 지시나 미래전략실과 같은 비공식 조직이 아니라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절차 및 일정대로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또 지주사 개편이 확정되기 전 공시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29일 공시를 통해 "'성장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과거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를 언급하고 6개월 검토 기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며 "투자자들은 전환 방향에 대해 믿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내용은 민감한 이슈일 뿐 아니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 신중히 검토해 접근해야 하고 정보 보안도 중요하다"며 공시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도 삼성그룹이 이런 식으로 주식시장과 소통한다면 우리나라 1위 그룹이라도 증시에서 신뢰를 잃고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써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해 지주사 전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