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 없이 잘나가는 韓마스크팩
2017-03-30 12:00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베이징에 사는 리웨이(여·26세)는 한국 드라마, 화장품 등 한류를 좋아하는 소위 ‘한미(韓迷·한국 마니아)’다. 한국 화장 트렌드에도 민감한 그는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1인1팩'을 하고 있다. 과거에 구매대행을 통해 복잡하게 샀던 한국 마스크팩을 이제 온라인 쇼핑몰이나 매장 등을 통해 중국 내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어 만족스럽다. 리웨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에도 여전히 한국 마스크팩으로 피부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산이 가격 대비 효과가 뛰어나고 순하다는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사드 갈등 여파로 중국 수출에 먹구름이 끼며 중국과 거래하는 많은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마스크팩 회사들은 중국에서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마스크팩 업계의 구체적인 매출 감소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산 마스크팩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기대와 마스크팩 업체들이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안전한 유통망을 구축하는 등 기반을 잘 닦아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국 마스크팩 시장 규모는 6조원에 이른다.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인 35조원 가운데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중국사람 100명 중 45명이 마스크팩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10%의 소비자는 연간 6회 이상 재구매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마스크팩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에는 1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에게 중국은 포기하기 힘든 매력적인 시장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에스디생명공학의 마스크팩 브랜드 SNP의 '제비집 마스크팩'은 지난 3월 29일 기준으로 중국 온라인 1위 쇼핑몰 티몰(Tmall)의 마스크팩 전체 종합순위에서 5위권에 안착하며 중국에서의 인기를 과시했다.
독특한 원료를 활용한 제비집 마스크팩은 2014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언제나 상위권에 속하는 베스트셀러 상품이다. SNP는 제비집 마스크팩 외에도 마스크팩에 동물 등 귀여운 캐틱터 얼굴이 그려진 ‘동물 마스크팩’으로 중국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에서 ‘박해진 마스크팩’으로 불리는 제이준과 엘앤피코스메틱의 '메디힐 마스크팩’도 10위권 안에 들며 한국 마스크팩의 인기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 밖에 닥터 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수많은 브랜드들이 중국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마스크팩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아닌 한국의 중소·중견 마스크팩 전문 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일각에서는 중국에는 특정 브랜드의 독점 현상이 없기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들이 진입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소비자에게 한국산 화장품과 마스크팩은 자극이 적고 순한데다가 고가의 외국 브랜드보다 가격 대비 효과가 좋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마스크팩이 중국 시장에서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사드 후폭풍?… 평온한 마스크팩·화장품 업계
중국의 폭발적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에도 호황을 누린 마스크팩·화장품 업계는 올해 들어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면서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산업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그런 우려와 달리 마스크팩·화장품 업계는 여느 때 못지 않게 평온한 모습이다.
주력 마스크팩의 잇따른 히트로 최근 코스닥시장에까지 상장한 에스디생명공학은 사드 리스크 극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정치·경제적인 갈등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위생허가·중국 공장 설립 등 중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사안을 미리 해결해놨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이미 자리를 잡은 마스크팩 뿐만 아니라 기초·기능성 화장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는 색조 화장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제이준 역시 올해 초 예측치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는 수준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제이준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이는 전체 매출의 10% 미만인 수준이라 타격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제이준은 올해 중국 내 드럭스토어, 화장품 전문매장 등 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드 여파와는 상관없이 본격적으로 중국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마스크팩 시장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엘앤피코스메틱은 최근 사드와 관련된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원래 이달 내로 계획했던 상장 예비심사청구서 제출이 하반기로 연기되자 사드 여파 때문에 일정이 연기된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엘앤피코스메틱 관계자는 "상장 일정은 사드 문제와는 상관없이 내부적인 문제로 조정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마스크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도 전반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對)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6% 증가한 2억7000만 달러(3000억원)로 집계됐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올해 1월 34.2%에서 2월에는 41.5%로 오히려 상승했다.
대 중국 화장품 수출이 양호한 데 대해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브랜드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현재 한국 화장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지 않으며 중국 당국도 사드로 한국 화장품 업체에 무조건적인 제재를 하거나 수입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커가 급격히 줄어든 만큼 국내 면세점이나 매장에서의 판매량은 감소한 편"이라면서 "혹시모를 사드 보복을 우려해 중국 현지 반응을 면밀히 지켜보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