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페이자이(裴寨)촌의 빈곤 탈출기
2017-03-24 16:43
인민화보 후저우멍(胡周萌) 기자 =중국 중동부 타이항(太行)산맥 남쪽 깊숙이 위치한 페이자이촌은 허난(河南) 북부에서 수자원이 제일 부족한 후이셴(輝縣)시 장춘(張村)향에 속한다. 이 곳은 교통이 편리하지도 않고 자연자원의 혜택도 적다. 이 작은 산간마을은 대대로 물이 부족해 주로 고구마와 밀 등 구황작물을 재배하며 살았다. 10년 전 만해도 이곳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1000위안(약 16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2005년, 마을 주민들은 페이자이촌에서 태어난 기업가 페이춘량(裴春亮)을 촌민위원회 주임으로 초빙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페이자이촌 주민들과 함께 우물을 파고 하우스를 만들고 상업거리를 조성하고 저수지를 건설했다. 이 덕에 지금은 1인당 연평균 소득이 1만 위안이 넘는다. 2010년부터 향(鄉) 정부의 계획과 추진으로 근처 23개 행정촌이 속속 합류해 인구 1만5000여 명 규모의 페이자이단지(裴寨社區)가 형성됐다.
저수지 건설로 가뭄 극복
과거 페이자이는 10년에 9년은 가물었다. 특히 봄에 비가 적어 주민들은 지하에 저장된 물을 다써 부족하면 다른 집에서 빌리기도 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30m 깊이의 수동 우물 펌프를 사용했다. 우물 물은 수질이 강해 알루미늄 주전자에 끓여야 했고 물을 끓인 주전자는 한달도 안 돼 물때가 가득해졌다.
페이춘량은 마을 주민을 위해 900여 만 위안을 출자해 530m 깊이의 우물을 팠고, 5000㎥ 규모의 저수지를 건설해 100km 떨어진 타이항산 스먼(石門)저수지의 물을 끌어다 농지에 댔다. 고효율 농업을 발전시키려면 더 많은 수자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페이자이촌 두 위원회(페이자이촌 당지부위원회, 페이자이촌 촌민위원회)와 촌민 대표는 페이자이촌에 배수구를 파고 저수지를 건설해 100km 밖 싼자오커우(三郊口)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오기로 결정했다.
여름이 되자 수많은 사람의 희망이 담긴 저수지 공사가 난관에 부딪쳤다. 큰 비가 내려 철근이 들어있는 제방 기반이 수십미터나 무너진 것이다. 수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인 일이 물거품이 되자 주민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저수지 건설을 포기하자고 말하는 사람도 생겼다. 페이춘량은 당원, 촌 간부들과 함께 가가호호 방문해 주민을 독려했다. 그는 “마을의 리더인 내가 굳건해야 했고 주민들도 흔들리지 않게 해야 했다”고 말했다.
2013년 말, 저수량 80만㎥ 규모의 페이자이저수지가 마침내 완공되자 주민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했다. 페이자이단지와 주변 마을의 3만여 주민과 2만무(畝) 농지가 혜택을 받았다.
부를 향한 문을 열다
2006년 페이춘량은 3000만 위안을 투자, 마을 남쪽의 황산(荒山)을 개간해 500여 마을 주민을 위해 새집을 지었다. 2년 뒤, 마을 주민들은 비바람이 스며드는 낡은 집과 이별을 고했다. 이후 페이춘량은 마을 주민들의 생계 안정에 역점을 두었다.
마을 주민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페이춘량은 주민 20-30명과 함께 동북지역에서 가까운 산둥(山東)지역으로 하우스 농업을 참관하러 갔다. 페이자이로 돌아온 사람들은 의욕은 넘쳤지만 시험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때 페이자이촌 당원이 솔선해 재배를 시작했다. 마을 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페이룽샹(裴龍翔) 페이자이촌 당지부 부서기가 앞장서 농민 상호부조 조직인 채소·화훼 재배 전문합작사를 설립하고 씨앗, 재배기술, 판매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마을에서는 현지 농업 전문가를 초빙해 지도를 받았다. 현재 페이자이단지의 고효율 농업 재배 면적은 2010년 250무에서 1500여 무로 늘어났고 온실도 750여 개가 건설됐으며 마을 주민 1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페이자이촌의 농업은 나날이 발전했지만 상업거리는 여전히 낡은 상태였다. 6-7m 너비의 도로는 꽉 막혀있었다. 페이자이촌 두 위원회와 촌민 대표는 옛 거리를 헐어 도로 폭을 25m로 확장하고 면적에 따라 기존 점포에게 새로운 점포를 보상해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점포 대부분이 지은지 3-4년 밖에 되지 않아 확장공사를 탐탁히 생각하지 않는 점주도 있었고 반대 목소리도 강했다.
상업거리 관리를 담당하는 페이칭리(裴清麗) 촌위원회 위원은 “많은 당원의 집에 점포가 있었다. 우리집도 잡화점을 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 가족도 철거를 반대했지만 내가 경영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손님이 오지 않고 기회도 없을 것이라고 가족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당원들이 솔선해 자기집 점포를 철거하자 주민들도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낡은 옛 거리가 불도저의 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깨끗한 상업용 건물 900여 개가 새로운 넓은 길을 따라 건설됐다. 슈퍼마켓, 식당, 미용실, 댄스홀이 속속 문을 열자 페이자이촌 상업거리는 장춘향에서 제일 북적이는 거리가 됐다.
건강, 돈보다 귀한 자산
10년 전, 페이자이촌은 여전히 빈곤선 아래서 몸부림쳤다. 마을 주민은 10위안 때문에 아이들의 예방접종을 포기하기도 했다. 건강 지식 부족으로 건강을 소홀히 해 빚어진 비극이 수없이 많았다. 페이자이촌에 살던 한 건장한 중년 남성이 고혈압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나머지 집에서 급사하기도 했다.
페이춘량은 “농촌 가정에서 건장한 노동력을 잃는다는 것은 대들보가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탄식했다. 비극 재발을 막기 위해 페이자이촌은 문화벽에 건강 관련 지식을 게시했고 농구장, 탁구장 등 체육시설을 마련했다. 또 해마다 의사를 초빙해 주민 대상 무료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최근 페이자이촌에는 장수 노인이 늘어나 팔순 노인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됐지만 옛 마을에서는 70세까지 사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양호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마을은 전문 청소 인력 4-5명을 고용했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행했으며 당원 간부들이 마을 곳곳을 다니며 식물성 약물을 뿌려 모기를 박멸했다. 현재 페이자이촌에는 오수처리장이 설치되어 생활 오수를 여과해 순환 이용하고 저수지에 보관해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몸도 건강해야 하지만 정신이 더 건강해야 한다.” 페이춘량은 마을 주민의 물질적 삶이 향상된 만큼 문화생활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페이자이촌의 문화창랑(文化長廊)에서는 매주 토요일 공연이 열린다. 예극(豫劇)을 사랑하는 인근 마을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에 모여 북과 장구를 치고 현악기를 연주하면서 중국 전통극을 공연한다. 근처 주민뿐 아니라 신샹(新鄉)시 예술단도 이곳에서 자주 공연한다. 아이들에겐 별도의 ‘복지’가 있다. 해마다 여름, 겨울 방학이면 마을에서는 대학생 20-30명을 초청해 아이들에게 춤과 노래, 그림을 가르치도록 한다.
페이자이 주민들의 ‘방향감각’
2008년부터 페이춘량은 9년 연속 중국의 최고 의사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가했다. 해마다 그는 신농촌 건설에 관한 제안을 가지고 인민대회당에 들어서고, 최신 정부 업무보고서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중국의 5개년 계획에 발맞춰 페이자이촌의 두 위원회와 주민대표는 단체 토론을 통해 마을 발전 계획을 결정한다. 앞으로 페이자이는 과수를 심고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를 시행해 농자러(農家樂, 농촌 민박)와 홍색관광(紅色旅遊, 중국 혁명성지 여행)을 발전시킬 것이다. 현재 페이자이단지는 정부의 전용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농업전문가의 자문에 따라 14개 시험 과수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재배에 성공하면 경제 효과는 하우스 채소 재배보다 좋을 것이고 보급되면 더 많은 주민이 혜택을 받을 것이다.
매년 춘제(春節, 중국 음력 설) 전 페이자이 주민들은 주민대회를 열어 지난해 계획 달성 상황을 결산하고 다음해 목표를 정한다. 페이춘량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사람들은 다 생각이 있다. 주민들의 생각과 행동이 통일돼야 일이 잘 진행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