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빈자리' 채우는 동남아 관광객… 정부, '무비자' 확대 등 유인책
2017-03-23 16:41
이슬람·유럽·日·美 관광객 유치에도 박차…제주도는 내국인 발길 이어져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한국을 찾는 유커(遊客·중국 관광객)'가 급감하면서 정부가 국내 관광시장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관광업계 내부에서도 '그동안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자성론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시장 다변화에 나섰다.
유커의 대안책으로 꼽히며 국내 관광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건 단연 동남아 국가들이다.
최근 동남아 국가들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한국을 꼽으며 한국여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행 가격 비교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여행객이 검색한 여행지 가운데 가장 높은 검색 상승률을 보인 도시는 서울이다. 필리핀에서도 제주와 서울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중국, 일본과 함께 한류 영향권에 속해 있지만 한국과 빈번히 외교 문제가 불거지는 두 나라와 달리 정치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한국을 찾는 동남아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56만5000여명으로 전체의 46.3%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방한 관광객 비율은 전체의 약 25%다.
한국을 찾는 말레이시아의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47.8% 급증했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역시 전년 대비 23.8%와 18.8% 늘어났다. 수치로는 중국 관광객의 절반을 조금 넘지만 가파른 상승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 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정부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더 많은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2일 동남아 단체관광객 무비자 체류 등을 포함한 관광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제주 방문을 위해 한국을 찾은 동남아(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인천·김해 등 국내 내륙지역 공항을 통한 5일 한도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다. 기존에는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국적을 가진 경우에만 90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다.
아울러 동남아와 일본 항공 노선을 확대하고 필리핀·대만·몽골 등에 국내 항공사가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년 10월에 개최됐던 외국인 관광객 대상 할인행사인 '그랜드세일'을 9월로 앞당기고 제주도에서 4월 중 새로운 할인행사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황명선 문체부 관광정책실장은 "한국을 찾는 동남아 관광객 성장률이 높다"며 "여러 프로모션 계획을 상반기로 앞당겨서 관광시장이 상반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여러 대책들을 내세워 올해 안에 동남아 관광객 360만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이슬람, 일본, 유럽·미주 등 국가의 관광객 공략에도 나섰다.
관광공사는 17억 인구의 무슬림 관광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무슬림 국가에서 온라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이란 테헤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새로 지사를 열고 올해 무슬림 관광객 110만 명을 유치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유럽과 미주에서도 세계 3대 해외지사를 활용해 국가별로 특화된 마케팅을 펼친다.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수학여행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학교 대상 순회설명회를 펼치고 백제권 문화관광 상품을 개발한다. 한국 관광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양국 간의 관광교류 행사도 늘린다. 정부는 올해 일본인 관광객 25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한다.
내국인 관광객 역시 제주도를 찾으며 중국인 관광객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하루 평균 2000명을 훌쩍 넘던 제주도의 유커 방문 수는 지난 주말 1000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그럼에도 내국인 관광객들에 힘입어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 여행객은 1만80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만5537명(46.2%)이나 줄었는데 나흘 간 내국인 방문 증가세가 이를 뛰어넘었다.
정부도 이 흐름에 발맞춰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과 유연근무제 등을 활용한 단축 근무제를 통해 국내 관광을 유도하고 여행주간에는 고궁, 휴양림, 미술관, 과학관 등의 입장료를 할인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