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비 줄테니 나가라"…철학자 한병철, 강연회서 '막말'

2017-03-22 07:34
지난 15일 신작 출간 기념강연서 일부 청중에게 화내…출판사 공식 사과

철학자 한병철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피로사회' 등 현대 사회에 대한 철학적 통찰로 유명한 철학자 한병철 교수(베를린예술대)가 강연에서 막말과 기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자신의 신간 '타자의 추방'(문학과지성사)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주최 측이 마련한 피아노를 연주하며 "소리에 깊이가 없다"며 수시로 연주를 중단하는가 하면 편두통 등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또 질문하는 독자들에게 "입을 다물라", "참가비 1000원을 줄 테니 나가라"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모욕감과 불편함을 느낀 일부 독자는 강연 도중 자리를 떴다. 

문학과지성사 누리집에는 "그날 강연회장에서의 일은 거의 폭력 수준이었다. 저자가 명성이 있다거나 외국의 철학자라거나 하는 것은 그의 언행에 어떠한 면책 사유도 되지 못할 것이다", "끝까지 앉아있으면 뭔가 다른 마무리가 있기를 기대했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한 교수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일종의 퍼포먼스식 강연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실제로 그는 '타자의 추방'에서 "타자에 대한 경청자의 책임감 있는 태도는 인내로 표현된다. 인내의 수동성이 경청자의 준칙이다. 경청자는 망설임 없이 자신을 타자에 내맡긴다"고 쓰기도 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 17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강연자의 여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출판사의 크나큰 과실"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의 건강 상태를 미리 고려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연회는 강연자의 제안으로 시작해 합의하에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한 교수는 2010년 '피로사회'가 한국에 번역 출간되며 크게 주목 받았으며, 이후 '투명사회', '에로스의 종말', '아름다움의 구원' 등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문화비평가로서의 명성을 쌓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