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허와 실:(중) 뜨자마자 사양길에 오른 프랜차이즈

2017-03-21 17:15

[대왕카스테라 사진=이규진 기자 ]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이런 일이 터져 억울합니다."

2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대왕카스테라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A씨(41)는 울분을 터트렸다. 지난 12일 한 방송 프로그램이 대왕카스테라 제조법을 고발하면서 고객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다량의 식용유와 전날 남은 크림을 사용한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다. 대왕카스테라 이미지는 바로 추락했다.

대왕카스테라가 기름덩어리였다는 말에 소비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로 배신감을 드러냈다. 화살은 가맹점주에게 돌아왔다. 대왕카스테라 간판을 내건 타사 브랜드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줄지어 기다리던 손님들이 끊기면서 그동안의 노력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점주는 "적금 깨고 빚까지 내면서 어렵게 낸 가게인데 매일 적자만 내고 있다"며 "초기 비용을 메우려면 사람들이 줄을 서도 모자라는 판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가맹점의 짧은 수명은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매출 규모는 100조원을 넘지만 가맹점이 5년 이상 버티기는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10년 이상, 가맹점 수 500개 이상인 브랜드는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의 0.8%에 불과하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4~5년에 그친다.

외식부문에선 음료가 평균 3년 10개월로 가장 짧았다. 분식·주점의 평균 수명도 5년을 못 넘긴다. 그나마 패스트푸드와 아이스크림이 각각 7년, 6년 8개월로 긴 편이다. 전체 가맹점 신규등록률은 전년 대비 8.2% 증가했으나 등록취소율도 2.3%를 기록했다.

특히 한순간 반짝 뜨고 지는 아이템 창업은 몇년을 버티기 어렵다. 소비자를 현혹시킨 아이템이 떠오를 때 본사는 가맹점주 모집에 혈안이 되는 게 화근이다. 본사는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무리한 마케팅을 전개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판권 수익률 등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가맹점 모집에만 급급한 곳이 많다"며 "계약할 때도 가맹본부에 유리한 조항을 넣어 부당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상처가 곪으면 터지기 마련이다. 상권 분석을 간과한 가맹점 모집에 시장 경쟁만 치열해졌다. 또한 무리한 마케팅을 위해 속임수를 쓰거나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고발 프로그램의 먹잇감이 됐다. 고발 프로그램에 등장한 외식업체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대왕카스테라가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악순환은 되풀이되어 왔다. 아이스크림에 달콤한 꿀을 넣은 벌집아이스크림은 지난 2013년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양초 성분인 파라핀이 들어갔다는 논란이 제기됐고 벌집아이스크림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2014년 젊은 층에게 인기였던 츄러스는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경쟁 과열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지난해 유행했던 저가주스도 과다한 설탕 용량으로 논란거리가 됐었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달라지는 프랜차이즈 환경 속에서 무엇보다 본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가맹점주가 브랜드 네이밍만 가지고는 장기간 수익을 유지할 수 없다"며 "가맹점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본사가 적극적으로 대응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