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남해안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다모래(골재) 채취를 놓고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해양수산부는 어민 달래기에 나서며 조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업권을 쥔 국토교통부는 골재업체와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일 남해안 EEZ 모래채취를 국책용으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15이 어민단체들이 해상시위를 벌이는 등 관련 항의가 위험수위에 올랐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앞으로 EEZ 바다모래 채취는 국책용에 한정할 것”이라며 “관련해역에 대한 수산자원 영향 및 해양환경 조사결과에 따라 필요시 보호수면 지정이나 수산자원 회복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의 이같은 결정은 협의의견 통보 이후에도 수산자원 감소에 대한 어업인들과 국회 차원의 우려와 함께 근본적인 제도개선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바다모래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차기 해역이용 협의 시부터는 바다모래 사용을 국책용으로 한정하면서 채취물량도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감안해 최소한으로 조정해 나간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와 함께 올해 적치된 4대강 준설토 등 육상골재를 우선 사용토록 관계부처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에 대한 어업피해 추가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이 주요 산란·서식지로 밝혀진다면, 해당지역을 보호수면으로 설정해 바다모래 채취 금지 등 개발·이용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과 국립해양조사원에서도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와 주변 해역에 대한 수산자원 및 해저지형 조사를 병행한다.

기존 바다모래 채취해역은 연구조사 결과 및 일본 등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해역에 적합한 채취지역 복원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도 추진된다.

또 바다모래 채취단지 관리자로 해수부 산하기관인 해양환경관리공단을 지정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상반기 중 최단 기간 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밖에 사전협의를 강화하기 위한 (가칭)해역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을 조기에 추진해 바다모래 채취 관련 관리를 체계화할 수 있도록 하며, 기타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관계부처와 조율할 예정이다.

그러나 어민들은 정부가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전면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토부와 골재업체간 조율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수부의 ‘국책용’ 발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골재 채취에 대한 협의권이 국토부에 있는데, 해수부가 전면에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반응이다.

정부 안팎에서도 모래채취 업무가 국토부 소관인데 정작 주무부처는 뒷짐을 지고, 해수부가 뒤처리를 하는데 애쓰고 있다며 어민들의 요구에 대화와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어민단체 한 관계자는 “어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EEZ 골재채취의 전면중단”이라며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나서서 의견을 조율하지 않고 해수부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확실한 대책을 국토부에서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