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워킹맘·대디 일 가정 두 마리 토끼 잡는 '가족친화인증' 제도
2017-03-19 18:00
사회부 강승훈 차장
철강업에 종사하는 30대 후반의 워킹맘 백모씨는 세 살배기 자녀를 둔 초보 엄마이기도 하다. 다소 늦은 결혼으로 임신을 서둘렀다. 특히 본인의 공백에도 업무는 어떤 지장이 없을 것이란 확신도 그의 2세 계획을 빠른 실천으로 옮기는데 일조했다. 2011년 정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이 회사는 저출산 극복에 앞장서고 있었다.
임신기 여직원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 제안하고, 맞춤형 책상이나 의자 등 각종 집기를 제공한다. 출산기와 육아기에는 각각 지원금, 배우자의 휴가 및 휴직을 보장해준다. 이렇게 우수한 복지여건으로 육아휴직을 마친 이들의 복귀율이 거의 100% 수준이다. 성별을 떠나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고, 애사심과 대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최근 통계청이 '세계여성의날(3월 8일)'에 맞춰 발표한 '2014년 기준 일·가정 양립 지표'를 보면, 맞벌이라고 해도 여전히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하루 194분으로 남성(40분)과 비교해 150분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는 직장에서 54분 더 일했다. 이에 반해 해외의 주요 국가는 어떨까.
대한민국 여성과 가사노동에 소비하는 시간이 가장 비슷한 나라로는 프랑스(233분), 스웨덴(207분), 핀란드(232분), 노르웨이(215분) 등이 꼽힌다.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 남성들의 가장 큰 차이점을 살펴보면, 집안일을 확연히 더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남편과 아내가 집안일을 적절히 분담하는 구조였다.
가까운 과거에 어르신들은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안된다'고 입이 닳도록 아들에게 당부했다. 이는 단순히 부엌이란 공간에 한정된 의미가 아닌 살림살이는 전적으로 여자의 몫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의 현 상황과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위의 옛 방식은 그야말로 흘러간 말이 됐다. 한 마디로 고전(古典)인 셈이다.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및 일과 가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응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제도가 대표적이다. 유연근무제, 정시퇴근 등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부 물품구매 적격심사 시 가점, 주요 은행 대출금리 우대 같은 다채로운 혜택을 준다.
여가부는 이들 기업이 근로자의 직장 만족도는 물론이고 생산성 역시 비인증 대상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연장선에서 여성을 포함한 노동시장 전반의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당장 눈에 보여지는 성과는 적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 측면에서 유무형의 파급력이 전망되는 대목이다.
이런 기대감으로 가족친화인증 기업·기관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시행 초기 2012년 253곳에서 2014년 956곳, 2015년 1363곳으로 1000곳을 돌파했고 작년 12월 1828곳까지 확대됐다. 이런 '행복 바이러스' 전파는 중소기업에서 한층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해당 인증을 마친 중기는 1년 사이(2015년 702곳→2016년 983곳) 40% 이상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대기업이나 공기관은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며 분발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부터 관련 법률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기재부 지정), 지방공사‧공단의 가족친화인증이 의무화됐다. 저출산과 여성의 사회로부터 격리는 국가적인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시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해법으로 가족친화인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