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 논란’ 확산…대통령 기록물 이관 작업 주시
2017-03-14 14:25
대통령 파면시 대통령기록물법 명문 규정 없어 법령 보완 시급…더불어민주당 등 증거인멸 우려
아주경제 주진 기자 =매번 정권 교체기마다 불거졌던 '사초'(史草) 논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임박해지면서 불붙는 양상이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기록물 분류·지정·이관 작업과 관련, 주체가 누구인지 정치권과 정부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대통령 파면 시의 기록물 이관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는 탓이다.
앞서 지난 13일 국가기록원 소속 대통령기록관이 이관 작업에 착수하면서 “새 대통령 취임 전에 기록물을 넘겨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속도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도 '대통령'이 생산한 기록에 대한 '지정기록'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권한대행에게 지정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기록물법을 너무나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기록물법률에 따라 대통령당선인의 기록에 대한 지정기록 권한은 '대통령 당선인'이며, 대통령의 기록에 대한 생산 주체도 '대통령'이기에 지정기록에 대한 권한은 대통령이 가진다. 그리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생산한 기록에 대한 지정기록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이지만 대통령이 생산한 기록의 주체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생산한 기록에 대한 지정기록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기록전문가협회도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이 불가능하므로 현 상태 그대로 이관해야 한다며 "2016년 12월 9일 대통령 직무정지 이전에 대통령이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을 완료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수사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기록물이 유출·훼손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기록물의 삭제, 폐기, 무단반출 가능성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관련 자료들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경우 최장 30년간 열람이 불가하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 본인의 사생활이나 국가 기밀과 관련된 기록물은 최대 30년간 공개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나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을 황 대행이 행사하는 데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당장 민주당은 증거물 확보를 위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박 전 대통령의 범죄와 관련해 압수수색 등 검찰이 못한 게 많았다"며 "대통령 기록물에 무리하게 지정될지 모를 범죄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청와대 압수수색도 하루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의 퇴거 과정에서 삼성동 자택에 반입됐다는 '의문의 상자'에 대해 "경호팀의 통신장비가 담긴 상자"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삼성동 자택 반입물품은 '한아세안 6030 8대(A급)'이라고 적힌 상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상자에 표기가 그렇게 됐을 뿐, 내용물은 경호통신 장비다. 국가기밀 반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는 연설기록비서관을 중심으로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황 대행은 14일 한광옥비서실장과 수석 9명의 사표를 하루 만에 반려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규정이 명확치 않다면 법리 해석을 바탕으로 해서라도 이관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 국회도 심각하게 고민해 조속히 관계 법령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