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분열' VS '적폐청산' 프레임…법과 원칙이 답

2017-03-12 14:51
"통합과 봉합은 달라…민주주의에서 국론분열은 당연한 것…정치권, 개혁 로드맵 논의해야"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퇴진행동 주최의 20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주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최초의 재판관 전원일치로 현직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강조한 메시지는 ‘통합’과 ‘치유’였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주문낭독에 앞서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헌재가 8대0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것도 국론분열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대통령 파면 결정에 불복하는 친박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폭력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 이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들에 대한 ‘백색테러’ 위협까지 가하면서 안전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한 시사평론가는 “국론분열을 이유로 이들의 불법적 행위까지 화해와 치유라는 이름으로 용서하고 포용해야 하는가. 그것을 국민대통합의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석 달 간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가중되어온 극심한 국정 혼란을 하루 빨리 수습하고, 대립과 갈등으로 격앙된 국민들의 상처를 보듬어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정치권이 국론 분열 수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정치세력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 민심 수습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여권의 보수정당들은 분열과 대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수층 결집이라는 선거전략으로 포장된 선동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탄핵정국을 거치며 '눈높이'가 높아진 국민들의 개혁요구를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을 정치권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왼쪽). 경찰 차벽 넘어 오른쪽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 주최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부 전문가들은 적폐청산과 개혁의 원칙을 법치주의에 따라 바로 세운 뒤에야 통합과 갈등 치유가 가능하다면서 ‘국론분열 프레임’을 경계하기도 했다.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토론을 통해 탄핵정국에서 둘로 갈라진 국민분열상에 대해 “국론이 분열된 게 아니다. 정상적인 상태다. 100% 의견이 같아야 정상적인 상황이고 일치하지 않아야 비정상적인 상황인 게 아니다”면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론 분열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된다. 의견이 다양한 것이 민주주의고 서로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시기 문제 등도 국민통합 차원에서 정치권에서 숙의해야 한다는 일부 보수정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유 작가는 “이런 저런 추측과 억측을 이유로 해서 누구도 법 위에 서지 못한다는 민주주의의 대원칙, 법치주의의 대원칙을 그런 정치적 손익계산 밑에 종속시키겠냐”면서 “검찰이 수사를 미루면 좋으냐 지금 해야되냐 이런 논쟁 자체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법 앞에서의 평등, 그리고 법치주의. 이 원칙보다 정치적 손익계산을 더 위에 놓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실제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은 70%를 넘고 있다.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엄정한 법 잣대로 공정하게 심판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단합해 안보와 민생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을 위한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면서 “대통령 탄핵으로 이제 여당이 사라진 만큼 각 정당들은 안보에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