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원로에게 듣는다] “민주주의는 승복과 수렴의 정치…헌재 결정 무조건 승복해야”

2017-03-09 16:59
포스트 탄핵 로드맵 디자인 중요…광장의 정치서 협치로 풀어가야
한국 정치 업그레이드 기회로 삼아야…여야 여론몰이 지속 단호히 반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전직 국회의장 등 정치 원로들은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불복종 운동’ 등을 예고한 데 대해 “민주주의는 승복의 정치이자, 내 편과 반대편을 아우르는 수렴의 정치”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국민 모두 헌재 결정에 조건 없이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한(6선)·임채정(4선)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상현(6선)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김중위(4선) 전 환경부 장관, 신경식(4선) 대한민국 헌정회장, 한화갑(4선)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등은 9일 본지의 ‘정치 원로에게 듣는다’를 통해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 직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디자인하는 ‘포스트 탄핵 로드맵’이 중요하다”며 “지난 석 달간 한국 사회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광장의 정치를 국회에서 ‘협치’를 통해 풀어내야 한다”고 지혜를 당부했다.

◆“헌재 결정 불복종, 민주주의 부정하는 것”

정치 원로들은 가장 먼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 이후 초래될 국론 분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수한 전 의장은 “정치권과 국민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통합을 주문했다.

임채정 전 의장도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법의 해석의 마지막 보루인 헌재까지 갔다”며 “어떠한 결론을 내려지든 간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석 달간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한국 사회를 구시대 막내로 보내는 첫걸음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에 대한 승복이라는 얘기다.

김상현 고문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잘라 말했다. 한화갑 총재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성숙한 국민 의식”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새 출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헌재 결정, 민주주의 새 출발 기회로 삼아야”

정치 원로들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일각에서 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신경식 회장은 “보수든 진보든 헌재 탄핵 심판 결정에 반발하고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통해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이끌고 왔는데, 정치 자체를 부인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헌정회가 공개적으로 여야 대권주자들에게 ‘승복 천명’ 촉구 성명서를 냈더니, 이후 전직 여야 국회의원 가릴 것 없이 모두 호응했다. 이의를 제기한 회원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중위 전 장관도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승복의 정치이지, 부정의 정치는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협치 말한 與野, 헌재 결정 이후 광장정치 안 돼”

정치 원로들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 이후 여야 정치권이 광장정치를 통해 여론몰이하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했다. 차기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이 내우외환에 휩싸인 경제 위기 및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남남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 이후 광장 정치를 하는 것은 정치인의 기본자세가 아니다”라며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에서 나타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충언했다.

이어 “정치권이 갈등의 수렴은 안 하고 촉발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표를 얻기 위한 행위라는 것은 알지만, 정치에는 ‘(선거의) 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협치를 외친 정치인들은 다 어디에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한 총재도 “계속해서 국민들이 진영을 형성해서 대결하는 것은 망국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국익을 우선하는 협치를 통해 실천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8일 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