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 '위기의 한국'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세로 임하라
2017-03-12 23:00
대법관들은 이 소송을 판결함에 있어 서로 간 이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이 가져올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려 국론분열을 최소화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이고, 세계 정치사에서도 희귀한 일이 벌어졌다.
정치적 최고 사업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재의 탄핵심판으로 물러난 '최초의 탄핵 대통령' 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개인은 물론, 역사적 불행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이날 오전 11시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대통령이 헌법수호의지가 결여됐다”며 이를 탄핵의 핵심 근거로 밝혔다.
야권은 일제히 환영했고 여권은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공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며 환영했다. 바른정당은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이 순간부터 집권 여당이 아니다"라고 선언할 때 몇몇 당직자가 눈물을 글썽였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뉜 국민을 통합하고 대내·외적 외교, 안보, 경제 분야를 어떻게 잘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과열된 집회 현장을 보면,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탄핵무효’, ‘탄핵기각’을 주장해 온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국회독재, 언론독재, 검찰과 특검독재와 촛불독재가 주도하는 탄핵을 인용한 헌재는 누구를 위한 헌재인가, 재판관들의 법과 양심은 무엇인가”라는 헌재 불복 취지의 글이 인터넷에 게재됐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날, 탄핵 반대 단체 집회에서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통합을 이끌 리더가 절실할 때지만 '참리더'는 보이지 않는다.
탄핵 찬반을 놓고 커진 국민 갈등은 소위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을 키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월호 천막은 합법, 태극기 천막은 불법”이라는 자극적인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혼미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와 빈축을 샀다.
한 시민연대 관계자는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회가 내치는 소홀히 하고 집중적으로 해외로 나간다는 거는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민생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촛불과 태극기를 국가 대 개조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만 피땀으로 지켜온 대한민국을 재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가슴 아픈 일이나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헌재의 판결은 한국 정치 변화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 대 '부정'의 대립이 팽팽하다.
통렬한 반성이 없다면 미래도 없다. 국회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만 저울질하면서 이를 방관하거나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헌재의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민적 갈등이나 분열을 막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석상에서 밝혔지만 국회와 대선 주자들은 서로 정치적 셈법에만 골몰했다.
“정치가 탄핵됐다는 심정으로 정치개혁에 매진해 나가야 한다”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가 돼서는 안된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의 공동 책임을 진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검찰과 특검 역시 ‘국정농단 기획설’ 논란을 불러왔던 이른바 ‘고영태 녹취록’이 특검수사 막바지에야 나오게 된 배경과, 끝내 고영태를 조사하지 않아 ‘정치쇼 특검’ 이란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냉정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번 탄핵사태와 국민의 분열에 있어 상당부분 언론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혹여 보도에 있어 허위, 과장, 조작과 왜곡이 있었는지에 대해 진심어린 마음으로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