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사드 부지 제공했나’…롯데의 국익 희생 딜레마
2017-03-09 20:09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중국의 사드 보복은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을 정조준 하고 있다. 오로지 국익을 위해 숱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사드 부지를 제공했지만, 롯데 홀로 온몸으로 중국 당국의 보복 유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9일 중국 소식통과 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위해 희생한 대가는 실로 가혹한 실정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일부 롯데슈퍼 지점이 다음 달 중 완전 철수하는 데다 3조원이 투입된 ‘중국판 롯데월드’ 프로젝트 공사도 잠정 중단됐다.
8일까지 집계된 중국 롯데마트 영업정지 점포는 무려 55곳에 이른다. 전체 99개 점포의 절반 이상 사업장이 한 달 이상 문을 닫게 돼, 이에 따른 손실액만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롯데마트는 앞서 롯데그룹과 롯데면세점 등에 이은 해킹이 우려돼 9일 돌연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실상 중국의 사드 보복에 두 손을 놓은 상태다. 롯데가 지난 5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연일 정부에 사실상 ‘SOS’ 요청에 나섰지만, 나몰라라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롯데 일각에서는 ‘이러려고 사드 부지를 제공했나’는 개탄이 나올 지경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롯데에 대한 피해보상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있지만, 롯데가 국익을 위해 희생했음에도 정작 정부는 두 손을 놓고 있다”면서 “정부가 보다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금의 사드 보복은 롯데 뿐만 아니라 조만간 한국 기업 전체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