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에 발목 잡힌 국내 기업'... 인도·중동서 기회 노린다
2017-03-08 07:42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거듭되는 통상 압력으로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국내 기업들이 인도와 중동 등 ‘제 3지대’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적정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되, 인도와 중동 등의 매출 비중을 높여 위기에 대한 내성을 키운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경제·통상 전문가들도 “국내 기업들이 수출 다변화를 통해 산업 및 시장 구조를 바꿔야 특정 국가에 경제보복의 타깃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미국(13.4%)과 중국(25.1%)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무려 40%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LG·현대차 등 인도시장 공략 박차
특히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고성장하고 있는 인도는 ‘포스트 차이나’(Post-China)로 일컬어질 정도로 국내 기업에 주목을 끌고 있다. 유엔경제사회국(UNDESA)에 따르면 2022년 인도는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향후 10년간 7%대의 고속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통신사업자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지오)과 현지 인구 90% 이상에 4세대 롱텀에볼루션(4G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I&G(Infill&Growth)’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네트워크 구축으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또 3400억원을 투입, 증설하고 있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 공장을 통해 스마트폰, 가전, TV 등 현지 생산물량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도 세웠다.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가 지난 96년 설립한 인도 내 첫 생산기지다.
아울러 태양열로 작동할 수 있는 스마트 컨버터블 냉장고 등 현지화된 신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해 인도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인도시장에서 가전 대비 인지도가 낮은 스마트폰의 점유율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IDC 발표에 따르면 LG 스마트폰의 인도시장 점유율은 0.4%에 불과하다.
이에 LG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인 ‘K10 2017년형’ 등을 통해 현지 보급형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인도 현지 스마트폰 공장을 임대, 보급형 스마트폰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애국심 마케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인도에서 군인·경찰 복지기금으로 1억7000만원을 쾌척했다. 올해 초부터 인도 군인에게 시민들이 감사의 말을 전하는 '카르 살람'('경례하다'는 의미의 힌디어)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인도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경제매체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0년까지 인도에서 약 8600억 원의 신규투자를 진행하고 신차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는 이르면 1분기 내 인도 현지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으로 발길 옮기는 기업 속속 늘어
인도 뿐만 아니라 중동으로 발길을 옮기는 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중동 지역은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으로 인해 다른 신흥국보다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쌍용차는 사우디아라비아의 SNAM사와 현지 조립생산을 위한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쌍용차 픽업모델 'Q200(프로젝트명)'을 2020년부터 현지 조립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게 되며 단계적으로 연간 2만5000대 규모로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LG그룹 핵심계열사들은 이란 완성차 1위 업체인 이란코드로와 전기차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 에너지부문의 경우 이란 국영석유회사 NIOC 등과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별적인 해외 판로 확보가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은 정부와 손잡고 시장 개척에 나선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신흥시장 중심으로 수출상담회 개최, 무역사절단 파견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현 상황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인도나 중동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