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공무원을 북유럽으로 보내라

2017-03-02 07:50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우리나라에서 행세하려면 ‘미국 물’을 좀 먹어야 한다. 교수, 공무원, 기업인 등 예외가 없다. 지식의 편식이 심하다. 요즘은 ‘중국 물’을 먹은 엘리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 지식의 섭취를 세계 주요 선진국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그런 유학비와 연수비를 뒷받침할 정도는 됐다.

앞으로는 북유럽 출신 교수와 북유럽에서 연수받은 공무원들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나라 살림살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복지예산이다. 복지 선진국은 북유럽 국가들이다. 공무원들이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에서 배워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노르웨이는 북해 앞바다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는 산유국이니까 논외로 하고,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3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국가들이다. 먼저 덴마크는 행복순위 1위를 거의 놓치지 않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이 90%에 육박하고, 실업급여의 지급기간도 최대 24개월이다.

덴마크의 기업들은 경기침체기에 구조조정과 해고를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대신 사회적으로 잘 갖춰진 고용안전망이 실업의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기술과 자격증 취득을 통해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즉 덴마크에서는 해고도 쉽고 재취업도 쉽다. 이것이 바로 덴마크의 유연안정성(flexible security) 모델이다. 그러다 보니 근로자들이 실업을 싫어하지 않는다. 근로자들은 새로운 일과 어려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혁신적 경제시스템을 유지하게 된다.

둘째 스웨덴은 경제혁신지수 순위에서 항상 1위 아니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창업도 활발하다. 연구개발 투자도 높다. 복지지출과 조세부담률이 높은 전형적인 고부담-고복지 모델의 복지국가다. 그런데 이런 높은 복지지출이 소득격차를 줄이고, 사회통합을 촉진하고, 출산율을 높이고, 소비 수요를 늘리고, 창업도 활발하게 만들고, 생산도 늘리고 경제도 성장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복지와 분배, 성장 3가지가 함께 선순환 사이클을 그리고,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선진국들이 부러워하는 ‘스웨덴 패러독스’다.

셋째 핀란드는 1906년에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된 나라다. 여성 대통령은 물론 여성 국방장관, 여성 국회의장도 배출한 나라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42%(우리나라는 17%), 여성 장관의 비율이 60%에 달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도 높고 출산율도 높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높다. 특히 우리가 핀란드에서 배워야 할 부분은 ‘행복한 학교’다. 핀란드 학교의 목표는 낙오자 없는 학교 만들기다. 체험하고 토론하고 협력하는 수업 방식에 더해서 두 명의 교사가 한 교실에 들어가는 팀티칭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 교사가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면, 다른 한 교사는 교실 뒤편에서 질문하는 아이들과 수업에 뒤처지는 아이들을 돌봐준다. 사교육이 아니고 공교육의 틀 속에서 보충수업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들 북유럽 세 나라는 원래 잘 살았고 원래 행복했나? 아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19세기 후반 먹고 살기 힘들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예테보리의 출국심사대 앞에 끝없이 줄을 섰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인구의 3분의 1이 이민(최연혁,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2012))을 떠날 정도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1930년대에는 노조의 파업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였으며, 군인들이 노동자들에게 발포해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핀란드는 700년 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의 식민지 시대를 거쳐 독립했고 좌우 내전을 겪었으며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매우 흡사하다. 자원이 빈약하고 교육과 인적 자본에 의존하고 IT(정보기술)가 발달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우리나라도 북유럽 국가들처럼 복지국가를 만들고 복지-분배-성장이 선순환하는 경제를 만들 수 없을까? 가능하다. 물론 북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는 역사와 전통이 다르고, 제도와 문화가 다르다. 우리는 기업별 노조의 전통이 강하고 노조 조직률이 10%에도 못 미치는데 반해 북유럽 국가들은 산업별 노조가 기본이고 노조 조직률도 과거에는 80% 이상 지금도 60%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국가에서 배워야 한다.

세계화와 무역의 영향으로 대륙 간에 그리고 국가 간에 제도의 차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웃음이나 행복은 전염성이 강하다. 행복한 국민들, 행복한 경제 모델을 자꾸 보고 배우고 연구하고 따라하다 보면 나아지는 면이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을 뉴욕, 워싱턴, 파리, 제네바 등에만 보낼 것이 아니라 스톡홀름, 헬싱키, 코펜하겐에도 보내서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복지국가 모델, ‘행복한 경제’ 모델을 연구하고 개발하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