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국정 공백 속 강행된 '11차 무투회의'…재탕·삼탕으로 얼룩
2017-02-27 11:05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전에 나왔던 정책을 되풀이하는 느낌이다. 무투회의 강행 목적이 정치적 퍼포먼스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27일 개최한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의 반응이다.
실제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기존 것을 정리한 수준에 그친다. 여러 대책을 나열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거나 보여주기식에 머물렀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수소차 충전 인프라 강화방안은 지난 10차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프랑스와 독일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직접 주문했던 내용과 중복된다.
지난 10차 회의에서 강원도 대관령 일대에 '한국판 융프라우 산악열차'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국유림법·초지법 등의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지난 2014년 8월 제6차 회의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반대와 부처간 갈등 등으로 법적 시비로까지 이어지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등산과 캠핑산업 투자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대안도 9차 회의에서 나왔던 스포츠 시설업 육성과 겹치며, 세부적인 부분이 추가됐을 뿐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11차 무투회의는 열리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많았지만, 쓸만한 내용 없이 강행한 이유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장·차관이 배석하는 경제 관련 회의를 개최한 것과 관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경제 현안에도 관심을 쏟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황 권한대행은 쪽방촌, 전통시장, 육군훈련소 등을 방문하며 민생 행보를 거듭하고 최근 규제 관련 대국민 토론회 주재, 권한대행 직함이 새겨진 기념 손목시계 제작 등 존재감을 알리며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로 박근혜 정부들어 야심차게 추진한 무투회의가 결국 정치적 선전 도구로 전락한 모습이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정치적 이점이 될 순 있으나, 정치를 위해 실효성 없는 경제정책을 남발하는 것이 한국 경제를 위해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