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역사 교사 "국정 교과서로 수업 못한다"

2017-02-21 10:18
교사들 “교육부·교육청이 연구학교 지정 철회해야”

20일 오전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경북 경산 문명고 학생들이 시위 중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역사 담당 교사가 연구학교 참여 거부 입장을 내놨다.

21일 서모 문명고 역사 교사에 따르면 20일 오후 김태동 교장이 주재한 전체 교사 회의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로 수업하지 않고 연구학교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모 교사는 이날 통화에서 "학내에서 교사들에게 의사 표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당 교사가 국정 역사교과서 활용을 하지 않고 연구학교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연구학교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교장은 20일 회의에서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제한이 없는 한 연구학교 강행 의지를 밝혔다.

최재영 문명고 국어 교사에 따르면 김 교장이 23일까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기다려달라고 한 것은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법안 처리를 감안한 것으로 법 처리 전 학교가 연구학교를 자진 철회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교사는 김 교장이 금지법안 처리 시일을 23일로 착각해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 금지법안 처리는 내달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 교사는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10개가 넘게 연구학교를 운영하는데 한 학교로 연구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한 곳을 지정한 교육부도 무책임하다”며 “지금 우리 학교가 연구학교로 지정돼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이 나서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교사와 학생들을 볼모로 교육부가 연구학교를 강행하는데 앞길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답답하고 추위에 연구학교에 반대하며 집회에 나서는 학생들이 무슨 죄냐”며 “갈등과 혼란을 누가 보상을 해 줄 것인가,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이 이렇게 학교를 어렵게 만든 데 책임을 지고 교육적 차원에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연구학교를 한 곳만 운영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문명고의 혼란이 안타깝다”면서도 “연구학교를 몇 개 이상 해야된다는 규정은 없고 운영하기 나름”이라고 밝혔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문명고의 혼란에 대한 대책을 논의중이기는 하지만 교육부가 이미 지정한 것을 교육청이 바꾸는 것은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는 문명고에 대해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이 연구학교 지정 철회 등 대책에 나서 정상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