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단생산사(團生散死)의 교훈과 비군사적 대비
2017-02-17 13:40
우리에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團生散死]’란 말은 꽤나 익숙하다. 음력 1597년 9월 16일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은 병사들에게 이 말을 강조했다.
이승만 대통령 또한 1945년 10월 17일 귀국 기자회견부터 반탁운동과 6·25전쟁 시까지 필요할 때마다 이 말을 반복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여해(汝諧)와 우남(雩南)의 언급에 국가 위기라는 공통된 상황 인식과, 국난극복을 위한 결집을 이끌어 내려는 동일한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아래에서는 두 인물이 단결을 주창했던 역사적 상황과 의의 및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제시해 보고자 한다.
명량해전 무렵 조선의 전황은 최악이었다. 칠천량 대패로 사실상 와해된 조선 수군은 수로를 통해 한양을 공격하는 일본 수군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특히나 전선 13척으로 적군 330척을 대적해야 한다는 사실에 병졸들은 전의를 상실했고, 경상우수사 배설 등은 분열과 반목을 획책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공포(恐怖)와 분열을 잠재울 수 있는 하나 된 정신적 힘이었다.
이에 충무공은 제장들의 분열을 엄단하는 한편, 단생산사(團生散死)를 장병들에게 역설해 조선 수군을 정신적으로 단결시켰고, 이는 명량 승전의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듯 충무공이 강조했던 단생산사(團生散死)는 장병들을 호국의지로 단결하게 했고, 이는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일본 수군에 대한 최적의 비군사적 방식의 대비였다.
이러한 정신적 통합의 주창 사례는 비교적 최근의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광복을 맞이한 조국으로 돌아오면서부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모스크바에서 결정된 신탁통치에 대한 반대 연설에서도 줄곧 반복 강조되었던 이 말은, 6·25전쟁을 맞이한 국민에게 단결을 호소하는 대통령의 라디오 방송으로도 들을 수 있었다.
이는 소련과 김일성 세력의 북한 공산화 움직임을 저지하는 한편, 6·25전쟁의 중과부적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들의 정신적 대동단결을 이끌어 내려는 이승만 대통령의 국가 위기상황에 대한 비군사적 조치였던 것이다. 이렇게 결집된 민족적 역량은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고,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수호하는 정신적 기반이 되었다.
그렇다면 6·25전쟁이 발발한 지 67년이 지나 외견상 평화와 번영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우리지만, 정전협정 이후 공식 증명된 3094회의 대남 침투·도발, 6차례에 걸친 핵실험, 대남 혁명을 적시한 노동당 규약, 선군정치,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 상태인 한반도의 현황 등은 67년 동안 우리가 성취한 모든 것의 근간인 안전보장만은 낙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6·25전쟁 이래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음에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안보문제 앞에서도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전시 작전권·사드배치 등 국방력에 직결되는 사안은 물론, 한미동맹·호국의 현대사·국가정체성 등 국방력을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만연한 혼란과 갈등으로 정도를 걷지 못하고 있다.
이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로 호국정신을 다졌던 앞선 내용의 시사점이 여전히 필요하고 유효함을 보여준다.
결국 앞선 논의를 종합하자면 이순신 장군과 이승만 대통령은 구성원을 정신적으로 통합함으로써 국난을 극복에 반드시 필요한 호국의지 등 정신적 측면의 대비를 확고히 했다.
또한 이러한 정신적 통합을 통한 국난 대비의 역사가 주는 시사점은 70년이 넘도록 지속되어온 안보위기에도 내부적 분열이 만연한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고 긴요하다.
즉 내부 결속과 정신적 통합은 조국수호의 의지를 국민에게 심어주고 소모적 갈등을 하나 된 국력으로 치환함으로써, 국난을 타개하는 전제이자 필요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신적 통합은 전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고 한미동맹과 주권을 위협하는 외부의 책동을 비롯해, 내부에서도 이러한 책동에 의도의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는 부화뇌동하는 움직임은 평시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애국심과 호국의지를 바탕으로 하나 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외부의 책동에 대한 최선의 대비가 될 것이다. 또한 이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중외(中外)의 굳건함을 다짐으로써, 한반도의 전쟁을 미리 억지하자는 이른바 ‘비군사적 대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