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강수 중한자동차 대표 “켄보 600, 싼 게 비지떡?…안전장치 다 갖춘 ‘착한 자동차’”
2017-02-16 07:29
중국의 자동차 상륙이 시작됐다. 1980년대 작은 공산품에서 시작됐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공습이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자동차로까지 번진 것이다.
중국 베이치인샹(北汽銀翔·북기은상)유한공사의 국내 독점 수입사인 중한자동차는 지난달 중형 SUV ‘켄보(KENBO) 600’을 출시했다.
베이치인샹은 중국 5대 자동차 브랜드인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수출차 생산업체다. 연간 생산 규모는 50만대이며, 오는 2018년까지 180만대 생산 체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럭이나 밴 같은 상용차가 아닌 중국산 승용차가 국내에 수입된 것은 켄보 600이 처음이다.
지난해 2800만대를 생산한 중국의 신차 시장은 이미 미국(약 2000만대)을 뛰어넘었다. 한국 시장의 16배 규모다.
베이치인샹은 ‘자동차 업계의 샤오미’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대륙의 실수’로 ‘찻잔 속의 미풍’에 그칠 것인가.
아주차이나는 켄보 600의 1호차 인도(13일)가 끝난 직후인 지난 14일 인천에 위치한 중한자동차 본사로 찾아가 이강수 대표이사를 만났다.
1층에 제법 큰 규모의 전시장을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5층에는 20명 남짓한 중한자동차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중한자동차는 직원들은 대부분 대우자동차와 후신인 GM대우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대표 역시 대우자동차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업계에 몸담고 있는 베테랑이다. 대우자동차 재직 당시 ‘국민차’라고 불렸던 티코, 다보스, 라보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최근에는 코라오(KOLAO) 그룹 자동차 부문 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라오스 최초의 자동차 공장 설립과 운영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부터는 중한자동차 대표이사를 맡아 켄보600의 한국 출시를 준비했다.
“적어도 켄보 600에게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 속담이 해당되지 않습니다. 가격이 싸다고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안전을 위한 장치들은 다 갖춰진 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대표는 “이제는 어디서 만드냐는 중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켄보 600은 2% 부족하다고 본다”면서 “2%는 명성인데 물량과 기술은 일정궤도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베이징자동차그룹은 스웨덴의 SAAB를 인수한 업체다.
이 대표는 “중국 자동차회사는 토종사와 합작사로 나눌 수 있는데 상하이 폭스바겐, 상하이 GM, 베이징 현대, 닛산 동풍 등 280여개의 합작회사가 있다”면서 “제대로 만드는 회사는 280개의 절반이고, 1년에 3000~4000대 만드는 회사는 60~70곳 남짓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완성차 업체 5개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면서 “중국은 결국 합작사 기술과 인력이 토종회사로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선입견이 이 부분에서 깨졌다”고 역설했다.
기술력 격차의 해소는 곧, 성능과 안전성 향상으로 귀결된다. 이번에 출시된 켄보 600은 중국자동차안전도평가(C-NCAP, China New Car Assessment Program)의 충돌시험평가에서 총 54.8점, 별 다섯 개의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는 중국 내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와 동등한 수준이다. 초고장력강판을 60% 이상 사용한 것도 안정성에 신뢰감을 더해준다.
기능면에서도 △HAC(경사로밀림방지장치) △TPMS(타이어공기압자동감지시스템) △ABS △ECS △후방경보시스템 △후방카메라 △듀얼에어백 △ISOFIX(유아용고정장치) 등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돼 있다. 3000만원대 이상의 국내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안전장치다.
무엇보다 켄보 600은 S6라는 모델명으로 중국의 열악한 도로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운행 중이다. S6는 중국 내에서 지난해 4만5000대가량 판매됐으며, 전 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차 물량 120대가 완판됐고, 중한자동차는 3월 중에 들어올 200여대의 2차 물량을 기다리고 있다.
이 대표는 첫 수입차로 SUV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캠핑족의 증가 등 시대적인 흐름에 맞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는 “주중에는 업무용으로 쓰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패밀리 SUV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최소 6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걸리는 국내 인증 통과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스파크나 올 뉴 모닝 등 경차도 풀옵션을 갖출 경우, 1700만원에 달한다”면서 “300만원을 더 내면 산타페와 같은 차체 크기의 중형 SUV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켄보 600에 대해 ‘착한 자동차’라고 정의를 내렸다. 가격이 그만큼 ‘착하다’는 얘기다. 그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차이나 어드벤테이지’”라면서 “켄보 600은 편리성, 안정성, 합리성을 다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자신했다.
켄보 600은 국내 경쟁차종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최대 무기다. 배기량 1500㏄의 켄보600의 시중 판매가격은 1999만원부터 2099만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경쟁차종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 투싼(1600㏄)은 2240만원, 기아차 니로(1600㏄)는 2335만원, 르노삼성 QM3(1500㏄)는 2195만원, 쌍용차 티볼리(1600㏄)는 2060만원에 가격이 책정돼 있다.
이 대표는 “국산, 수입차들이 가격 거품이 너무 심하다”면서 “켄보 600을 계기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 원가 절감을 통한 혁신노력이 촉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한차는 전국 주요 도시의 80개 서비스네트워크와 지정 정비공장 위탁계약을 맺었으며 전국에 30개 전시장을 확보했다.
앞으로 켄보 600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승차를 적극 활용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가성비라는 장점은 렌트카나 카 쉐어링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대표는 “제주도에 며칠 놀러갔는데 렌트비 비싼 차를 굳이 탈 필요 있느냐”면서 “공급 물량이 충분해지는 5~6월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한차는 켄보 600의 판매 추이를 지켜보며 연말에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를 겨냥한 소형 SUV를 추가로 출시하고 올해 안에 승합차도 들여온다는 방침이다.
그는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중한차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산업 첨병이 될 것”이라며 “선입견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