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매머드급 인재풀' 집중 vs 安·李 "작지만 내실 있는 자문단 구성"

2017-02-14 16:40
전직 장·차관급 60명 ‘매머드 자문그룹' 띄운 文
安·李는 '홈닥터'·'손가락 혁명군' 색깔로 승부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내각에 몸담았던 장·차관급 인사로 구성된 대규모 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준비된 후보'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두터운 인재풀을 과시해 나머지 대선 주자들을 압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문 전 대표를 바짝 쫓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실무 중심의 '작은 자문단'을 운영하면서 '세 몰이성' 행보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노동자와 서민 등 '밑바닥 민심'으로부터 정책 구상을 끌어내며 자신의 색깔을 살리고 있다. 

◆ 文, DJ·盧 정부 고위급 인사 대거 영입…세 몰이 집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개최하고 자문단 그룹 중 일부 인사의 면면을 공개했다. 이 자문 그룹의 이름은 '10년의 힘 위원회'로 '문재인 캠프'의 정책과 메시지를 점검하고 수시로 자문하는 등 문 전 대표를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마디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의 국정 경험 노하우를 문 전 대표에게 전수한다는 취지다. ​

자문단 공동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참여정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이 맡기로 했다. 상임고문에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위촉됐다. 위원회 구성원들은 △재정·금융 △산업·건설 △생명·과학기술 △교육·문화 △복지·환경 △통일·외교·안보 분야로 구분해 각각 소그룹으로 나뉘어 활동하게 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정권 교체와 국민·지역 통합의 메시지를 내세워 강력한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각자 길을 걷던 분들이 정권 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계기로 다시 모였다"며 "저에게는 이보다 더 든든한 힘이 없다.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낼 수 있고, 또 정권을 맡으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선은 조기 대선일뿐만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과정이 없다"면서 "잘 준비돼 있지 않으면 다음 정부는 실패할 것이다. (위원회가) 정권 교체 이후까지도 마치 인수위가 국정 과제를 정리해나가듯 차기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나침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 安·李 네트워크 과시 아닌…'홈닥터' '손가락 혁명군' 
 

안희정 충청남도지사가 1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안 지사 측은 자문단을 실무 중심으로 구성해 작게 운영하고 있다. 안 지사의 경우 대선 정책을 총괄하는 전문가 자문 그룹 외에 외교·안보·경제·사회 각 분야의 '주치의'인 '홈닥터'가 따로 있다. 명망가 중심이 아닌 교수와 실무 전문가들로 구성된 홈닥터가 꼼꼼한 처방전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안 지사 측은 조만간 홈닥터 명단을 공개하고 비전과 공약을 설명할 예정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람의 이름이나 네크워킹 자체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안 지사의) 큰 그림과 방향성 아래 각론을 전문가로부터 조언받는 것이 홈닥터의 개념"이라며 "네이밍된 교수나 망명가와 그들의 정책을 앞세우는 것은 (대선 주자가 자신의) 유기적인 그림과 국정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과는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도 이한주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의 '공정사회정책연구회' 외에 청년과 해고노동자, 소상인과 농민, 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흙수저 후원회'와 함께 SNS를 기반으로 형성된 자발적 지지자 모임인 '손가락 혁명군'을 자신의 정책 기반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히 '흙수저 후원회'의 경우 청년, 장애인, 농민, 여성, 중소 상인 등이 현장에서 느꼈던 생생한 문제와 대안이 모아지고 있다. 어떤 면에선 대규모 교수 그룹보다 현장에 가깝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여러 정책을 생산하는 귀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