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특검 소환, 삼성전자 하만 인수 영향줄까 업계 ‘노심초사’

2017-02-13 12:15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첫 소환 조사 이후 32일 만이며, 같은 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로는 25일 만이다.[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미국의 전장 기업 하만(Harman)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영수 특별검사팀 재소환과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이라는 잇단 악재가 삼성전자와 하만의 합병 계획에 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오는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비롯한 총 4개의 안건을 처리한다.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안건은 가결된다. 주주 과반의 동의가 성립되면 현지법에 따라 반대한 주주들도 해당 지분을 매도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신성장 분야인 전상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하만을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총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 규모의 M&A(인수합병)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건으로는 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관련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이번 주주총회를 불과 4일 앞둔 13일 정작 삼성전자의 신경은 다른 곳에 쏠려 있다. 이 부회장이 이날 아침 특검에 재소환되고 향후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언급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던 삼성전자-하만의 M&A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실제로 하만의 일부 주주들이 하만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 가격이 너무 낮다며 반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만 이사회와 합의한 인수가격(주당 112달러)은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28%, 30일간의 평균 종가보다 37%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지난해 12월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초에는 소액주주들이 '추가제안금지' 조항과 과도한 위약수수료 등을 문제 삼아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도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컨트롤 타워는 특검의 수사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하만 이사진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표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 특검 조사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와의 합병 건은 이번 주총에서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합병 관련 소송은 미국 상장사의 M&A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삼성-하만은 우호지분을 이미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M&A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 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하루 빨리 정상적인 경영 체제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은 변수 하나가 M&A의 성사 여부를 바꿀 때도 많다”며 “이 같이 민감한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수뇌부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후 15일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