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협회, '각자도생'… 美와 머리 맞대기로
2017-02-12 18:00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한국 철강협회가 내달 미국 철강협회(AISI)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전망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다 업황 악화로 '2중고'에 처한 철강업계가 민간 차원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협회 임원진은 오는 3월께 토머스 깁슨 미 철강협회 CEO를 만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거세진 통상 압력에 어떻게 대처할 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9월 AISI와 교류하기로 했고, 올해부터 정례적으로 만나기로 했다"며 "CEO급이 회담을 갖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달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모든 송유관 건설에 들어가는 철강재를 미국산으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한 바 있다.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송유관은 총 47만톤, 약 2700억원에 이른다.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특히 제재 범위가 지하 원유 및 천연가스를 캘 때 쓰이는 유정용 강관으로까지 확대되면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공산이 크다.
미국은 단일 시장으로는 중국에 이어 국내 철강 제품 수출량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실적 회복을 위해선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넘어야 할 산이다.
AISI는 이런 북미 철강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가장 큰 단체로, 정식 회원사 18곳, 준회원사 120곳여을 거느린다.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회사인 US스틸과 AK스틸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돼 있다.
국내 철강사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해 수정을 가하기 위해 북미 최대의 철강 이익단체인 AISI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철강협회가 토머스 깁슨 AISI CEO를 만나 무역마찰을 줄이기 위한 별도 채널 개통, 전향적인 자세로의 전환 등을 주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민간이 미국 정부에 입김을 내는 것은 제한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나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어서 당분간 민간 주도의 대응은 불가피할 것 같다"면서도 "철강업계가 모처럼 살아나려는 가운데 겹악재를 만났는데, 정부의 도움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