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SWOT 분석] 남경필, 대연정 통해 협치 가능성 보여줘
2017-02-09 17:13
한나라당 시절 여권의 소장파로 지도부와 딴 소리를 내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라 불리던 이들이 어느새 대선주자로 올라선 셈이다. 전문가들은 남 지사가 보혁 갈등이 극심한 국내 정치판에서 유일하게 대연정이라는 실험을 성공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소위 ‘금수저’라 불리는 유복한 배경이 수저계급론이 회자되는 점이 시류 속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반기문 대세론이 무너진 여권에서 남 지사의 ‘대연정’ 카드가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경기도정 통해 협치 가능성 증명…금수저 꼬리표
남 지사는 경기도 차원에서 실행한 대연정을 국가 단위에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연정’이 이번 대선 화두가 될 것”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50% 득표 넘기 힘들 것이고, 어떤 정당이 집권을 하든 의석수 100석을 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한다”면서 “힘을 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저출산, 양극화,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연정의 상징인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한국형 자주국방을 위한 모병제와 국민 행복추구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교육 폐지 공약에 가장 애착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20대 성년기 젊은이들의 당면과제인 사교육과 군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가 바로 남 지사다.
남 지사의 가장 큰 약점(weakness)은 5선의 국회의원 활동 기간 동안 따라다닌 ‘금수저’ 논란이다. 실제로 남 지사는 선친인 남평우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 팔달구를 물려받아 내리 5선 의원을 지냈다. 선친은 경기도 내에서 손에 꼽히는 운수업체를 운영한 기업인이었다.
선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를 시작한 남 지사의 정치 역정에서 큰 역경이나 구설수가 없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금수저 논란에 대해 그는 길게 변명하지 않는다. 다만 남 지사는 “미국을 재건한 루스벨트 대통령도 금수저 출신”이라면서 “그를 본받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 나눔의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받은 장남의 이력도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지난 2014년 군 복무 중이던 남 지사의 장남은 후임병들을 추행한 혐의로 1심 군사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반기문 빈 자리의 기회···보수단일화 놓고 갈등 씨앗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낙마는 남 지사에게도 기회(opportunity)의 문을 넓혀줬다. 같은당 소속인 유승민 의원과 보수후보 단일화를 놓고 연일 신경전을 펼치고 있지만 탄핵심판의 결과가 나올 경우, 민심이 다시 한번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 국면에서 남 지사는 국정농단의 주범 세력인 새누리당과의 연대에 대해선 단호하게 거절했다.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협치 성과를 만들고 원칙을 지킨 남 지사에게 보수진영과 중도층이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지금 국면에서 보수 단일화 얘기를 하는 것은 바른정당의 존립 근거를 잃게 하는 해당 행위”라며 “국민에게 바른정당이 새누리당 시즌2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이 개혁 합리 보수로 가는 노력을 등한시하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오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차피 합당할 텐데 굳이 바른정당에 입당해야 하나 의구심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정치판에서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본격 이슈화될 경우 남 지사에게 가장 큰 위협(threat)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흙수저의 상징이자 야권 다크호스로 불리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유년시절 자신이 일했던 시계공장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 노동자에서 검정고시를 거쳐 자수성가한 이 시장과 같은 대항마들이 떠오를 경우 남 지사로선 대중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남 지사는 금수저 이미지와 함께 박근혜 정권에 크게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며 “소장파들이 그동안 개혁을 외치면서도 결국 이명박·박근혜 정권 탄생에 협력했다는 부분을 쉽게 지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