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차은택, 검찰·국정원 언급...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협박"

2017-02-08 16:40
"차씨, 포레카 지분 강탈과정서 거짓진술 종용"

지난달 22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특검팀으로 소환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대통령'으로 불린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측근을 통해 광고업체 '지분 강탈'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언급하며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협박하라고 종용한 정황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열린 차씨,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경태 크리에이티브아레나 대표(전 모스코스 사내이사) 재판에서 김씨는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김씨는 차씨와 함께 기소된 상태다.

김씨는 '차씨가 재단과 국정원, 검찰을 언급하며 이 시대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고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는 사람도 있다고 표현한 것이 사실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 표현들을 내가 (검찰 진술에서) 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조금 무서울 수 있는 이야기를 드렸다"고 답했다.

이는 본인 입으로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이런 사실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변했다는 취지다.

현재 검찰은 차씨가 김씨를 통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압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씨가 지분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응하지 않으려 하자 차씨가 김씨에게 국정원·검찰을 언급해 가며 압박 수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김씨는 '한씨를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진술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차씨에게서) 강하게 얘기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똑같은 말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한 대표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완곡하게 표현하거나 필터링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지분 강탈'이 여의치 않자 차씨로부터 '네가 수습하라, 재단에서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차씨가) 뒤로 빠지라고 해서 나도 '요구조건이 너무 변경돼 전달 못 하겠다'고 감독님(차씨)한테 말했고, 김영수 (포레카) 대표에게도 '더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진술이 실제 사실로 얼마나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차씨는 "최씨 지시대로 공동 인수 협상을 추진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이날 재판에서는 차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는 과정에서 관련자에게 거짓진술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차씨가 최씨와 함께 설립한 광고업체 모스코스에서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김씨는 이 같이 주장했다. 

김씨는 '차씨가 지난해 10월 하순 전화해서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와 둘이 꾸민 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씨는 "차씨가 외국에서 전화해 '포레카 건이 문제가 많이 커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실무자였던 저와 김홍탁만 한 거로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거짓진술 요구를 받은 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김홍탁에게도 차씨의 말만 전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김홍탁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며 "나도 검찰에 소환되면 사실대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국외에 체류했던 차씨와 연락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차씨 회사 직원이 먼저 전화했고, 이후 차씨가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전화했다"며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데도 회사 직원을 통해 연락한 이유는 모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