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자영업자 대출 급증…세부 데이터 없어 우려 키워
2017-02-08 18:00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경기침체 시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세부적인 데이터조차 없는 상황이다.
8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9월말 기준 7조3000억원으로 총 대출(41조2000억원)의 17.6%에 달한다.
문제는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른 점이다. 2014년 9월 5조3000억원에서 2015년 9월 6조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9월 말에는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37.7% 가량 늘어난 셈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자산 상위 10개사 중 4개사를 제외한 6개사는 올해 들어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모두 두 자릿수로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SBI저축은행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총 4753억3100만원으로 전년 말(2462억6500만원)대비 무려 93.02%가 증가했다.
JT친애저축은행은 2286억6400만원으로 전년 말(1520억원) 대비 50.44% 가량 증가했다. 대신저축은행 37.54%(1496억5500만원→2058억3900만원), 오케이저축은행 22.18%(2945억5300만원→3598억7800만원)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외에도 전체 79개사 중 공평저축은행(127.35%), 페퍼저축은행(73.43%), 아주저축은행(67.64%)도 자영업자 대출을 대폭 늘렸다.
문제는 저축은행 차주 중에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많아 경기 침체 시 여타 금융권에 비해 상환에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 개인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별도의 LTV규제를 받지 않아 LTV 70%를 초과하는 비중이 67.2%(2조2848억원)에 이른다. 가계주택담보대출(20.9%)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되긴 하나 차주 대부분은 분식집 등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 경기 둔화 및 경기침체 지속 시 부실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명목상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자영업자 모두가 개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계가 상환해야 할 빚이다.
더욱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발간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포인트(p) 오르면 폐업 위험도가 7~10.6%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세부 데이터가 없는 점이다. 예보에 따르면 기업대출 가운데 부동산 및 임대업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2545억 늘었고 숙박 및 음식점업은 974억원, 제조업 539억, 도소매업 181억원이 각각 늘었다. 하지만 이 중 법인 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자영업자 대출의 비중을 파악할 수 없다.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업무보고서를 바탕으로 데이터가 집계되는데 업무보고서 양식에 자영업자랑 법인이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다“며 ”경기민감 업종이 많이 늘었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지 세부적으로 자영업자인지 아니면 법인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를 상당히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자영업자의 생활이 계속 어려워지고 대출이 연체되면 저축은행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리가 2~3%가량 오르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