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의 칼럼] 한·중관계, 막다른 길로 가면 안된다

2017-02-10 10:51

장충의(張忠義) 아주경제(亞洲經濟) 총편집 겸 인민일보 한국 대표처 대표 [사진=주옥함 기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며칠전 한국에 방문했다. 한·미는 예정대로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추진하기로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국 내 사드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이 변함없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만일 사드배치를 강행할 경우 중국이 반대 조치를 취하고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 역시 큰 파고를 맞을 것이며 어쩌면 양국의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 한·중 양국 관계 현실 바로 보는 계기 될 것
 
한·중 수교 25주년 이래 양국의 관계는 이례없는 탄탄대로를 걸으며 국제사회에 본보기로 떠올랐다. 작은 마찰을 빚은 적도 있었지만 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간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다른 점은 일단 그대로 두자는 것)' 원칙에 의해 마찰이 크게 번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곤 했다.

중국은 한국을 '좋은 이웃, 좋은 파트너'로 규정했다. 심지어 일부 성급한 학자는 '한·중 동맹'을 맺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을 경제발전에 있어서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한반도 통일의 조력자로 바라봤다. 당연히 '친미화중론'이 급부상하며, 양국은 서로에게 많은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이 장밋빛 기대는 양국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차이를 잊거나 무시하게 했다. 양국은 문화상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보편적 가치의 공유까지는 거리가 있다. 양국은 모두 국가사회의 발전과 번영을 추구하지만 정치체제와 국가의 운영시스템은 많이 다르다.

양국이 공통된 현실이익이 있으며 또 일부 중요한 영역에서 일치하는 견해와 공감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반대로 뿌리깊은 차이점과 아직까지 남아있는 냉전시대의 진영의식이 양국을 서로 다른 편으로 갈라놓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한·미동맹은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은 보수세력이 주요 영역들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진영의 편에 서게 했다. 또한 한·미동맹을 한국 대외관계의 흔들림없는 주축으로 만들었다. 

한중 양국 관계가 순조로울 때는 구동존이 방식으로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한국은 힘들이지 않고 강대국들 사이를 넘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경색되고 남북 대립이 심화되면 한국은 한·미동맹을 더 많이 고려하며 중국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매번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질 때 마다 한국 내부에서는 중국이 한·미동맹을 흔들거나 멀어지게 한다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비를 맞아보지 않으면 추위를 가늠할 수 없듯이, 문제를 겪어보지 않고는 진실을 파악할 수 없다. 양국 간의 사드문제 갈등은 양국 관계에 대해 더욱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한중 관계의 보완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의 강력한 사드 반대의지 무시하면 안돼 
 
구체적으로 사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중국은 사드가 중국 내륙지역까지 탐측할 수 있기 때문에 거대한 위협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사드배치를 '전술적 문제'가 아닌 '전략적 문제'라고 보는 주요 원인이다. 그리고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억제하려는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은 미국이 중국을 억제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배치가 "북핵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거듭 해명하고 있고, 한국 역시 "이 부분은 한국의 주권 문제이므로 외부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이 중국과 미국 간리의 게임에서 대신 나서서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과 한국 간의 고위층 왕래는 거의 끊어진 상태다. 한류가 포함된 문화, 관광 등 각 계층의 교류 역시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형 경제 협력 프로젝트 또한 타격을 받고 있다. 사드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그룹의 경우 중국의 빈번한 감사와 조사 대상이 됐다.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와 관계자는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대국으로서 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입장에서 사드배치는 일반적인 무역분쟁 등 비핵심 분야의 분쟁과 달리 자신의 핵심이익과 전략이익을 두고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중국은 현재 성장하고 있는 대국으로서 주변국가들의 지정학적 관계나 이익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그 동안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친성혜용(亲诚惠容·친하게 지내며 성의를 다하고 혜택을 나누며 포용함)' 외교 전략을 취해왔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가 본국의 핵심이익과 전략적 이익을 침범하는 상황을 넋놓고 보다가 당하는 선례를 절대로 남기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미 여러 차례 견고한 한국 내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하며 강력하게 어필한 바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과정에서 작은 나라를 괴롭힌다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필리핀에게 엄중한 대응 조치를 취했으며 이 문제에 간섭하는 미국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나라의 크고 작음과는 상관없이 일관적인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일각에서는 한국 내 사드배치를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와 동일 선상에 놓고 보고 있다. 

미국은 작은 나라인 쿠바를 거의 반세기 동안 봉쇄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은 사드문제를 반대하는 입장 외에는 다른 공식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소위 '한한령'이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낙관할 수 없는 양국관계 앞날

현재 사드문제에 있어 한·중 관계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양국 관계가 한단계 냉각될 징조가 엿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기조가 이 지역의 연약한 균형을 깨트리며 중국과 미국 사이의 모순과 대립이 단기간 동안은 지속될 것을 예고했다. 그리고 불어온 포퓰리즘 광풍은 사드문제를 사이에 둔 양국의 운신의 폭을 줄였다.

한국 정국은 여전히 불안정 속에 있다. 비록 야당의 일부 대권주자들이 사드배치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보수세력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조만간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표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이렇게 보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앞날은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양국 정부는 관계가 막다른 길까지 몰리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어둠을 벗어나고 밝은 날을 맞이할 수 있을 지는 정치지도자들이 현명한 선택의 여부에 달려 있다.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