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 조작 주장에 충격파...독일 '반발' 일본 '당혹' 시장 '출렁'
2017-02-01 15:05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독일 등을 겨냥해 "환율 조작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한다"면서 맹공을 퍼붓자 이른바 환율 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외환 시장은 출렁였고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일본·독일 즉각 반발...환율 전쟁 우려에 엔고·달러 약세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제약사 임원들과의 자리에서 "중국과 일본은 수년 동안 환율을 조작하고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과 일본을 사실상 환율 조작국으로 믿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일본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일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금융완화 정책은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한 것이지 엔저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살펴야 하는 만큼 긴장감을 갖고 환율시장의 동향을 주시하겠다"며 "환율 문제를 포함, 경제·무역에 관해 미·일 간 향후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발언으로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남겨두었다.
독일의 핵심 우방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통상관료가 직접적으로 독일을 겨냥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선택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고 끼칠 수도 없다"면서 환율 조작설을 일축했다. ECB는 현재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유로화 가치는 이 정책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고 있다.
일본과 독일이 즉각 반발했지만 환율 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에 외환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1일 도쿄주식시장에서는 닛케이지수가 하락 출발했다. 닛케이지수의 1만 9000엔대가 붕괴된 것은 일주일만이다. 엔화는 달러당 112.08엔을 가리키며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환산한 달러지수(DXY)는 1일 오전 1시 현재(이하 한국시간) 99.430까지 떨어졌다가 99.512로 마감했다. 달러 가치는 약 두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유로당 1.07897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 일본, 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환율 정책' 불똥에 당혹
오는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조작 문제를 거론하자 정상회담의 의제가 '미국의 무역 적자 상황'과 '일본 통화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일 동맹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던 일본 정부로서는 협상 주도권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이다.
당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단단한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미국 내 고용 및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여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TPP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한다고 거듭 밝혔었다. 그러나 당장 환율 조작 의혹을 해명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에 따라 당장 무역 적자를 문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 회담을 계기로 환율 정책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6일 연설에서도 "향후 무역 협정에서는 수출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움직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환율은 엔화 약세·달러 강세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엔저 유도' 발언이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를 가리킨다면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피 시나리오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