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이기수 대한중재인협회장 “중재인제도로 사회적 비용 절감해야”

2017-02-02 08:33
"중재인 제도 아시아 허브가 최종 목표"

이기수 대한중재인협회장 [사진제공=대한중대인협회]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우리나라를 중재제도의 아시아 허브로 성장시키는 것이 최종목표입니다.”

이기수 신임 대한중재인협회장은 인터뷰 내내 중재제도 활성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려대 총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달 6일 제10대 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이웃국가들에 비해 중재제도 활용이 부족하다"며 "향후 제도 활성화를 통해 대중화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을 '아시아 중재제도 허브'로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중재는 분쟁을 법원 재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으로 해결하는 제도다. 중재법에 따라 중재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인정받는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수준의 상승과 함께 소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민사사건은 지난 2015년 1심 기준으로 54조 5072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한정된 사법시스템으로는 소송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도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러 선진국에서는 소송까지 가는 번거로움 없이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재가 주목받은지 오래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에 시작됐다.

◆“소송보다 중재라는 인식의 전환 필요”

국내에서 소송의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분쟁해결 수단으로 중재제도의 활용이 미미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분쟁이나 갈등이 발생하면 무조건 법원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변호사들도 돈이 되는 소송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중재인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하는 분쟁 95%는 중재 등 대체적 분쟁 해결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을 통해 해결된다. 일본 역시 분쟁 사례 중 35%만이 소송으로 진행된다.

이 회장은 소송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소송을 맡는 변호사들의 인식 전환도 주문했다. 그는 “변호사는 중재 조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등을 살펴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법원을 통해 3심까지 끌고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임료 등을 고려해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협회에 다수의 법조인 회원들이 있는 만큼 소송의 대체 제도로 중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중재제도의 아시아 허브로 성장시킬 것”

이 회장은 한국을 아시아 중재제도 허브로 성장시키기 위해 국제 교류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중재인을 맡고 있는 만큼 이들의 역량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 교류를 넓혀나갈 것”이라며 “각 전문가들과의 인적 교류는 우리 중재제도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활성화로 발생할 수 있는 국제 상거래 분쟁 등에서 중재인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국제 감각을 지닌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중국과의 교역이 확대되면서 덩달아 분쟁 사례도 늘고 있어 중재인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라며 “한국과 중국을 모두 이해하고 중재를 해나갈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중재인 기관과의 인적 및 정보교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회장은 “과거 한·중간 상거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국 측의 요청으로 중재인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결과가 양측을 모두 만족할만한 중재로 큰 신뢰를 얻었다”며 “이 같은 중재인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중재인 기관과의 활발한 인적 및 정보교류가 필수”라고 말했다.

◆“소송대신 중재로 사회적 비용 줄여나가야”

법적 소송은 최대 3심까지 가면서 비용, 시간은 물론 정신적 비용까지 소모되지만 중재는 이 모든 것을 아낄 수 있는게 장점이다.

이 회장은 “법원을 통한 소송을 대체하는 수단이 우리나라는 중재, 법원에서는 조정, 재판에서는 화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상거래에서 중재를 맡는 대한상사중재원이 있음에도 국내 현실에서는 중재제도가 외면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에 따르면 상거래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따르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상거래에서 발생되는 계약서에 중재 조항을 넣는다. 이 회장은 “계약서에 중재조항이 들어가더라도 실제로 분쟁이 생기면 대다수가 변호사에게 가고 있다”며 “소송으으로 갈 경우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신경도 많이 쓰인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회원들 개개인이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소송보다 효율적인 중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건설, 회사, 상거래, 국제거래, 공정거래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중재를 받을 수 있다”라며 “또 단독중재와 3자 합의 중재가 있어 분쟁당사자인 A와 B가 합의를 통해 중재인을 선정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대한중재인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중재인 회원수만 2000여명에 달한다.

◆“중재판정은 대법원의 최종심과 효력 같아”

미국에서 17년간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워런 버거는 중재 제도를 두고 “소송보다 더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중재제도가 수 십 년간 쌓아온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우리나라도 중재제도에 대법원의 최종심과 같은 효력을 부여해 중재제도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중재제도를 통한 결론을 중재판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대법원의 최종심 효력과 같다”라며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인 분쟁해결 절차”라고 설명했다.

중재제도의 신뢰성은 각 중재인이 보유한 전문성에서 나온다. 중재인은 크게 네 부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변호사와 같은 법조인 △각 회사 경영진으로 구성된 실업계 △학계 △상사 주재원, 공인회계사협회 등 기관이 그것이다.

한편 이 회장은 1월 취임 이후 조직 재정비에 나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서 중재제도가 활성화되는데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오는 27일 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통해 신규 임원들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나를 포함한 9명의 운영위원회 위원을 중심으로 협회가 운영될 것"이라며 “각 운영위원은 기획, 총무, 섭외, 회원, 국제, 연구, 홍보 등의 직무를 나눠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에 협회가 진행하던 7개 전문 포럼에 동남아 포럼을 신설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편집위원 등을 구성해 안내책자 등에도 전문성을 더할 계획”이라며 “회원들도 적극성을 갖고 협회와 중재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