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發 창업이 미래다] (중) 창업의 산실, 이제 대학이 뛴다

2017-02-02 00:10

고려대학교 안암 캠퍼스에 설치된 창업 공간 '파이빌' (사진=한준호 기자)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기업가치 평가액이 10억 달러(약 1조원)가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니콘’이라 부른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전설의 동물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명칭이지만,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스마트폰을 무기 삼아 수많은 유니콘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민박시설을 중개하는 에어비앤비,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세계 최대 드론업체 DJI 등 미국과 중국의 IT기업들이 유니콘 기업 랭킹을 잠식, 국내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IT전문가들은 “세계 수준의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한국에서 배출하기 위해선 질 높은 기술창업의 활성화를 뒷받침할 대학교육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 불고 있는 사상 최대 창업 붐이 이제는 양에서 질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업의 양보다 질을 높이기 위한 대학 중심의 창업 붐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대학의 과학기술 기반 창업을 활성화시키려는 복안이다.

정부의 움직임에 앞서 창업의 질을 높이려는 대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이들은 우수한 인력과 다양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학발 창업 활성화를 위해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 9월 국내 대학 최초로 대학 내 학생 창업 공간 ‘파이빌’을 구축해 24시간 학생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컨테이너 38개를 조합해 만든 파이빌에는 강의실, 스튜디오, 오픈플랜스튜디오, 아이디어 카페, 3D 프린터 오픈랩 등이 갖춰져 있다. 현재 17개 대학생팀이 무료로 입주해 기술창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대학은 더 이상 공부를 하러 오는 곳이 아닌, 각자의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 오는 곳”이라며 “대학 강의는 이것을 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발전시켜주는 기초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려대는 ‘KU 스타트업 강좌’를 개발해 학생들에게 창업에 대한 전문교육도 실시해 ‘알기쉬운 창업’, ‘스타트업 실전’, ‘글로벌 진출 공략’ 등을 배울 수 있다. 특히 대학원생을 위한 R&D(연구개발) 아이디어 발굴 및 기술창업 실현화 과정은 182명이 이수해 55건의 아이디어 발굴 실적도 올렸다. 이 밖에도 ‘스타트업연구원’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거점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


한양대는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유망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창업자를 발굴해 창업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교내 기술이전 조직, 기술지주회사,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등과 유기적인 산학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 2년 연속으로 참가해 학생들이 개발한 증강현실(AR) 안경 등 6개 스타트업의 혁신제품과 5개 우수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1998년 문을 연 연세대 창업지원센터는 18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 지원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연세대 창업지원센터는 창업강좌, 창업동아리, 창업지원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아디이어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창업중심 시범대학을 2~3곳 선정할 예정”이라며 “이미 잘하고 있는 학교를 포함해 의욕이 있는 학교를 잘 선발해 대학발 기술창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